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조성과 같은 "권력형 부정축재"는 외국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외국의 정치권력자들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개인용도로 전용하기
일쑤였다.

남미에서와 같이 "절대권력"은 어김없이 "절대부패"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권력형 부정축재 비리가 들통나고서도 여생을 편안히 보낸 정치
지도자들은 드물었다.

대부분이 해외로 추방되거나 쇠고랑을 차는등 죄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정치세력간 야합도 없지 않았지만 부패한 권력자는 절대단죄의 길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볼리비아의 루이스 가르시아 메사 전대통령은 지난 93년4월 80년-81년
재임기간중 수백만달러의 국고를 횡령한 혐의로 징역 30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베네수엘라의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전대통령도 같은해 법정에서야
했다.

35년 베네수엘라 헌정사상 현직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그는 재임시 1천7백20만달러의 공금을 유용하는등 권력형 부정축재의 전형
으로 지목받았다.

지난 60년이후 브라질의 첫 민선대통령이었던 페르난두 콜로르 데 멜루도
92년4월 기업들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6백54만달러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파라과이의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 전대통령은 89년 쿠데타 직후 브라질
로 망명했으며 멕시코의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대통령 역시 재임시 각종
이권개입을 통한 부정축재혐의를 받아 지난해말 미국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필리핀대통령을 권력형 부정
축재자의 전형으로 꼽을수 있다.

재임기간중 50억달러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마르코스는 86년2월 시민혁명직후 하와이로 망명해 89년 사망했다.

일본에서는 93년 숨진 다나카 가쿠에이 전총리의 뇌물수수사건이 정경유착
에 의한 권력형 비리의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다나카 전총리는 미 록히드사가 마루베니상사와 전일공을 통해 의원들에게
뇌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5억엔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76년 전격 구속됐다.

군수물자를 특정회사에서 구입해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는
전형적인 수법이 들통났던 것이다.

일본 정계의 최고실력자 가네마루 신 전부총리도 사가와규빈사건으로 93년
3월 기소된 후 법정에 섰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4억달러이상을 축재한 것으로 원성을 샀던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차우세스쿠 전대통령은 총살당했고 에리히 호네커 전동독 공산당서기장은
칠레에서 최후를 맞아야 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정계거물들이 부패혐의로 무더기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탈리아법정은 지난달 27일 베티노 크락시와 아르날도 포틀라니등 2명의
전총리에게 1억달러에 달하는 불법정치자금조성혐의로 징역 4년과 2년4개월
의 실형을 선고했다.

현재 튀니지에 망명중인 크락시 전총리는 이탈리아법정의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해 놓고 있지만 그가 이탈리아행 귀국비행기를 탈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