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이 확산되면서 은행투자금융등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이탈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자금 사건이전에는 개인들의 예금인출 규모가 투금
사당 하루 10억~20억원에 달했으나 파문이 확산되면서 하루 30억~40억원 정도
로 늘고 있다.

특히 동아투자금융에 비자금 은닉수단으로 활용됐던 어음관리계좌(CMA)는 기
업들의 월말자금 수요가 겹쳐 지난 25일 기준으로 1주일전보다 1천8백45억원
이 투.종금사에서 빠져나갔다.

또 은행권의 기업금전신탁도 지난 25일 하루에만 2천2백35억이 빠져나가는등
이달들어 26일까지 총3천2백39억원이 인출됐다.

전년동기중 7천3백34억원이 증가했던 개발신탁도 이달들어선 26일까지 6백
78억원이 감소했다.

투금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해 예금을 빼내
가는 거액 개인고객들이 비자금 파문이후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관계자들도 "아직 급격한 예금인출은 없으나 비자금사건이후 거액고객들
로부터 인출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인및 일부 기업체의 예금인출에도 불구,투.종금사의 수신잔
액은 CP등 매출호조로 지난 25일 기준 총 55조9백6억원으로 전주보다 9백18억
원,전월대비로는 1조2천2백20억원 늘었다.

이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방침으로 시중자금이 단기화하고 있는데다 주식
시장 침체등으로 인해 뭉칫돈이 움직일 대체 금융시장이 마땅치 않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정구학.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