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26) 제7부 영국부에 경사로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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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내일 주기를 달아놓도록 하겠습니다"
가진이 가정의 지시에 얼른 대답하였다.
"새들 소리는 안 들리는 것 같은데 새들은 어떡할 텐가?"
"이곳에는 다른 새들은 어울리지 않을것 같아 거위 오리 닭들만
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도 좋겠군"
가정이 가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방금 농가 이름을 행화촌
이라고 지은 문객을 돌아보며 말했다.
"행화촌이 그리 나쁜 이름은 아니지만 어쩐지 진짜 촌마을 이름같이
들린단 말입니다.
여기는 어디까지나 후비 별채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지요"
가정과 문객들이 행화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보옥이 슬그머니 끼여들었다.
"마을 이름에 행화라는 두 글자를 쓰는 것은 아버님 말마따나
비속합니다.
당나라 시인 중에 "물가 사립문에 벼꽃이 향기롭네"라고 노래한 사람이
있는데, 그 구절을 빌려 도향촌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문객들은 도향촌이라는 보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행화촌보다는 훨씬 소박하고 은은한 맛이 있어 농촌마을 이름으로는
운치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문객들을 무시하는 듯한 보옥의 태도에 가정이 발끈 화가
나서 소리를 높였다.
"이 무지한 놈아,네가 옛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며 옛시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고매한 어른들 앞에서 문자를 쓰느냐. 네 분수를 알렷다"
가정도 행화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을 했으면서도 막상 보옥이
같은 말을 하니 대뜸 문객들편을 드는 것이었다.
보옥으로서는 아버지 가정이 자기에 대하여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리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렇다고 불평을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속으로만 심사가 뒤틀릴 뿐이었다.
이러다가 언제 어디서 보옥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해버릴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가정이 문객들을 데리고 사립문 안 초가집으로 들어갔다.
창들은 모조리 엷은 종이로 발라져 있었고,침대도 딱딱한 나무침대였다.
그래서 질박하기 그지없었다.
가정이 보옥이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짓궂게 또
보옥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떠냐?"
"유봉래의보다 훨씬 못합니다"
보옥이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보옥의 거친 대답에 문객들이 가정의 눈치를 보며 당황해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
가진이 가정의 지시에 얼른 대답하였다.
"새들 소리는 안 들리는 것 같은데 새들은 어떡할 텐가?"
"이곳에는 다른 새들은 어울리지 않을것 같아 거위 오리 닭들만
기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도 좋겠군"
가정이 가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방금 농가 이름을 행화촌
이라고 지은 문객을 돌아보며 말했다.
"행화촌이 그리 나쁜 이름은 아니지만 어쩐지 진짜 촌마을 이름같이
들린단 말입니다.
여기는 어디까지나 후비 별채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지요"
가정과 문객들이 행화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보옥이 슬그머니 끼여들었다.
"마을 이름에 행화라는 두 글자를 쓰는 것은 아버님 말마따나
비속합니다.
당나라 시인 중에 "물가 사립문에 벼꽃이 향기롭네"라고 노래한 사람이
있는데, 그 구절을 빌려 도향촌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문객들은 도향촌이라는 보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행화촌보다는 훨씬 소박하고 은은한 맛이 있어 농촌마을 이름으로는
운치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문객들을 무시하는 듯한 보옥의 태도에 가정이 발끈 화가
나서 소리를 높였다.
"이 무지한 놈아,네가 옛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며 옛시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고매한 어른들 앞에서 문자를 쓰느냐. 네 분수를 알렷다"
가정도 행화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을 했으면서도 막상 보옥이
같은 말을 하니 대뜸 문객들편을 드는 것이었다.
보옥으로서는 아버지 가정이 자기에 대하여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리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렇다고 불평을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속으로만 심사가 뒤틀릴 뿐이었다.
이러다가 언제 어디서 보옥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해버릴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가정이 문객들을 데리고 사립문 안 초가집으로 들어갔다.
창들은 모조리 엷은 종이로 발라져 있었고,침대도 딱딱한 나무침대였다.
그래서 질박하기 그지없었다.
가정이 보옥이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짓궂게 또
보옥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떠냐?"
"유봉래의보다 훨씬 못합니다"
보옥이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보옥의 거친 대답에 문객들이 가정의 눈치를 보며 당황해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