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5일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주요 점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
했다.

이에따라 신한은행서소문지점에 예치돼 있는 비자금의 돈세탁경로도 어렴
풋하나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강원은행서울지점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이
검찰에 출두한 지난 22일 실시된 것으로 확인돼 검찰은 며칠전부터 비자금
의 유통경로를 파악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수색을 당한 은행들은 자기 은행이 비자금사건에 얼마나 관련됐는지에 대
해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한일은행 서소문지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약30분가량 진행됐다.

검찰은 신한은행서소문지점에 입금된 한일은행서소문지점의 자기앞수표 1
억8천만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발행됐는지를 집중 수색했다.

수색결과 신분을 알수 없는 한 사람이 한일은행명동지점발행 수표 9장(1억
원짜리 1장 1천만원짜리 8장)을 가져와 서소문지점발행 1억8천만원짜리 수
표 1장으로 바꿔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람은 자금제공자의 신분을 추적할수 있는 근거를 없애기 위해 다른
수표로 바꿔간 것이다.

이른바 "수표 바꿔치기"의 실상이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드러난 셈이다.

금융계에서는 이 수표를 바꿔가면서 뒷면에 이서를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면 돈의 꼬리를 잡을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착수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22일 이미 강원
은행등에 대한 수색을 통해 돈세탁과정의 일부를 확인했다.

검찰은 강원은행발행수표 1억원짜리 5매를 추적한 결과,강원은행이 동아
투금에 콜자금으로 대출해준 자금중 일부인 5억원이 신한은행서소문지점을
통해 강원은행에 다음날 결제가 돌아온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자금은 강원은행예금계좌를 통해 출금된 자금이 아니어서 강원은행이
돈세탁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은행은 10억원짜리 4장의 수표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예금
계좌에서 출금된 수표가 아니라 자체발행한 수표로 돈세탁과정과는 직접관
련이 없다고 밝혔다.

<>.조흥은행명동지점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중에 실시됐다.

수색은 신한은행서소문지점에 입금된 이 은행발행 1억원짜리 수표 2장의
출처가 어딘지에 집중됐다.

조흥은행관계자는 문제의 수표 2장이 다른은행 수표를 가지고 온 사람의
요청으로 신규로 발행됐다고 말했다.

역시 헌수표와 새수표를 바꾸는 수표바궈치기가 조흥은행명동지점에서도
행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서울 상업 외환 제일은행등에대한 압수수색도 문제가 된 수표의 출처
를 확인하는데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압수수색을 나오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연막을 치는
한편 내부적으로 문제수표발행의 이상유무를 집중 점검했다.

<>.금융계에선 한때 "한 시중은행장이 검찰에 소환됐다"는 소문이 나돌아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문은 이날 오전 "한 시중은행장의 행방이 묘연하다"는데서 시작돼 "비자
금수사와 관련,전격적으로 소환됐다"고 비화됐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들은 행장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금융계관계자는 "나응찬신한은행장이 갑자기 소환되자 나온 소문이 아니겠
느냐"며 "어쨌든 금융계가 이번 비자금사건으로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금융계에선 비자금사건에대한 뚜렷한 물증은 나오지 않은채 소문만 무
성하자 이제야말로 은행원이 "양심선언"을 할 시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금융계일부에선 국회의원들이 제보임을 전제로 폭로하는 비자금실상은 대
부분 사실무근이라며 차명계좌개설이나 돈세탁에 직접 관련됐던 은행원들이
실상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보수의 대명사"로 인식돼온 은행원들이 이미지를 바꿀 기
회이긴 하지만 실명제위반이라는 덫이 도사리고 은행원들의 양심선언이 쉽
지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하영춘.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