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창립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박계동의원이 공개한 신한은행의 거액 차명계좌관리설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데다 은행감독원 조사결과 신한은행직원들이 너무나 어처구니없게
실명제를 위반한 사실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실명제를 직접 위반한 직원들의 사법처리는 물론
나응찬행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층의 문책까지도 예상되고 있어 상당기간
경영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측이 실명제를 위반한 것은 크게 두가지다.

수지지점에 근무하는 김신섭차장이 하종욱우일종합물류대표의 부탁으로
"예금조회표"를 떼 준것과 이우근이사대우융자지원부장이 기자들에게 차명
계좌의 존재를 명의인 동의없이 확인해준 것이다.

이이사가 일부 기자들에게 차명계좌존재를 확인해준 것은 박의원의 국회
발언직후 얼떨결에 있었던 일이라 치더라도 김차장이 발급대상도 아닌
사람에게 정식 양식을 갖추지도 못한 예금조회표를 떼준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는게 은감원측의 분석이다.

은감원발표에 따르면 김차장은 자신이 서소문지점대리로 근무(92년 3월-
94년 12월)했을때 고객이었던 하씨가 지난 17일 찾아와 "1백억원이 들어있는
차명계좌때문에 종합과세로인한 세금이 7억원가량 나올 같아 고민"이라고
하자 하씨와 함께 수지지점에서는 통상적으로 조회할수 없는 타지점계좌를
VIP고객등록을 통해 조회해 확인한뒤 "예금계좌가 개인기업인 "우일양행"이
아닌 "(주)우일양행"이라는 법인명의로 되어 있어 종합과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득했다.

김차장은 그러나 하씨가 "부친(하범수씨)이 걱정을 하고 있으니 예금
조회표를 하나 떼 달라"고 부탁하자 (주)우일양행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
없이 단말기화면에 나와있는 "보통.저축.자유저축예금조회표"를 은행의
공식절차를 밟지도 않고 그자리에서 프린트해서 줬다.

하사장이 차명을 허용했던 하범수씨 소유기업은 "우일양행"이란 개인기업
이나 예금계좌에는 "(주)우일양행"이란 법인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우일양행"을 물려받은 하사장이 예금을 조회하려면 "우일양행"과
"(주)우일양행"이 같은 회사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나 가능하다.

은감원은 신한은행직원들의 이같은 행위는 명백한 실명제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실명제를 위반한 2명의 직원과 하씨를 검찰에 고발토록 조치했고
신한은행은 이날 낮 12시 고발조치했다.

실명제위반의 경우엔 관리책임도 엄격하다.

현재 은감원의 긴급명령위반에 대한 "징계양정특별규정"에는 실명제를
위반한 직원의 "차상급자"까지 처벌이 가능토록 되어 있다.

이이사의 경우 직원도 임원도 아닌 "이사대우"의 위치이나 이사대우는
통상 "이사"급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차상급자는 행장으로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82년 7월 설립,올해로 창립 13주년을 맞은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1천5백32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90년이후
지금까지 은행감독원의 은행경영평가에서 최우수은행으로 선발되고 무디스
등 외국의 평가기관으로부터 국내 최고의 등급을 획득하는등 외풍없는
견실한 성장을 해왔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