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웨스트 서식스지방에 있는 대우자동차의 "대우워딩
테크니컬센터"(DWTC).

대우가 지난해 현지의 IAD사로부터 인수한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연구소다.

현지에서 채용한 연구원만도 현재 4백명선. 그간 볼보440 마쓰다MX-5등
세계적인 명차 개발에 직접 참여해 온 핵심 연구소이기도 하다.

DWTC는 그러나 대우에겐 연구소 이상의 의미를 갖고있다.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건 대우자동차가 EU의 "최전선"에 배치한 핵심
기지이기 때문.

자동차 업계의 해외연구소는 <>현지개발 <>현지생산 <>현지판매체제
구축의 바로 전 단계에 해당한다.

대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올해초부터 루마니아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체코 폴란드등에서도 현지생산을 추진중이다.

또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사와는 중형엔진의 공동개발에 합의하는등
EU공략에 발벗고 나섰다.

이같은 현지화전략의 한 가운데에 DWTC가 위치하고 있는 것.

"EU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필수적"
(김우중 대우자동차 회장)이기 때문이다.

대우 뿐만이 아니다.

EU역내에 성공적으로 진출키 위해선 현지 연구개발(R&D)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게 선발 업체들의 한결같은 "경험칙"이다.

현대자동차는 곧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현지 연구소를 설립한다.

기아자동차 역시 독일에 연구소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현지생산을 겨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생산활동이나 마케팅 활동은 지역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

반면 연구개발의 경우 이론적으론 아무데서나 해도 상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

R&D 역시 규모가 크고 가장 세련된 첨단 시장 가까이서 수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최근엔 여기에 새로 추가된 요소가 있다.

기술혁신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럽은 자동차의 엔진기술과 디자인의 중심지. 따라서 유럽은
이 분야에 관한한 R&D의 최적지다.

미국의 포드나 GM등이 유럽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유럽기업이 미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제휴해 R&D활동을 미 대륙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EU에 진출한 가전메이커들의 전략은 어떤가.

생산.판매.R&D를 잇는 현지 일관체제로 요약할 수 있다.

대우전자가 최근 프랑스에 첨단 종합연구소를 비롯해 TV연구소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는 대우전자의 컬러TV와 전자레인지 공장이 있는 곳.

"현지 업체들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욕구를 상품에
반영하는데는 현지 연구소가 최고"(대우전자 박일휴프랑스법인장)라는
인식에까지 이른 셈이다.

LG전자는 최근 준공한 뉴캐슬의 컬러TV공장과 기존 아일랜드의 디자인
법인을 연계해 "유럽형" 디자인을 현지 조달할 계획이다.

"유럽인의 취향과 생활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구자홍
LG전자사장).

삼성전자는 R&D에서도 복합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런던의 유럽종합연구소에서 무선통신기 차세대AV(음향.영상)기기등을
전담 연구하고 있다.

윈야드복합가전단지의 생산품목확대를 겨낭해서다.

또 프랑크푸르트 디자인연구소도 런던 근교에 신축할 유럽 본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가전업체들이 EU내 R&D를 확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야 보다 적극적인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
(최성래 삼성그룹 유럽본사대표)이다.

또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계 메이커들의 EU내 R&D는 이렇게 "유럽최전선"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