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리의 추가하락은 우리경제의 근본 영향요소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실시되고 기업활동이 세계화되고 있으며 금융권간
경쟁이 치열해져 국내 상품.용역.자산 시장의 국제적 연계성이 높아지면
국내 고금리는 국제금리수준으로 하향 안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여신금리, 특히 프라임레이트에 해당하는 신탁.일반대출
우대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읽고
있어서이다.

지난 6월말 17%까지 치솟았던 국내 1일물 콜금리는 10.5%로 떨어졌고
시장 실세금리도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 기준으로 14.7%에서 12.2%로
하락하였으나 국제금리인 런던 은행간공식이자율(LIBOR)은 0%수준의 일본을
제외한다면 주요국의 경우 4~6%대에 머무르고 있어 우리의 금리수준은
아직도 턱없이 높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도 선진국
경쟁국의 두세배 수준이다.

최근 기업자금조달의 금융기관 의존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경쟁력 없는 국내 금융기관에만 의존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증시를 통한 직접금융 비중이 아직은 작지만 늘어나고 있으며, 외환
자유화의 진전이 빨라지면 해외 자금조달이 보다 용이해져 엔고에 의존했던
수출위주 설비투자수요의 둔화속에 원화절상을 이용한 해외진출이 새로운
기업 투자의욕을 북돋워 값싸고 조건좋은 해외자금 이용이 늘어날 것이므로
국내은행 의존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이젠 은행이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국내시장의 경쟁력없는 기업들만을 상대하게 되어
부실위험은 커지고 경영압박은 높아지며 고액예금자의 은행권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다.

은행이 변해야만 저금리시대가 온다.

첫째 전자속도로 금융결제가 이루어지는 국제 금융시대에 폐쇄된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려는 고금리 시대의 금융관행을 깨야 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쁠 때 대출은 앉아서 하고 큰손의 예금 유치와
수신경쟁에만 매달리던 고금리시대는 이제 지났다.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국내은행에 의존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면
기업도 경제원칙을 따를수 밖에 없다.

기업이 해외에서 뛰면 은행도 국제무대에서 함께 뛰어야 한다.

둘째 고객의 저축동기가 생활설계로 바뀌고 자산소유와 거래가 투명해지면
높은 이자제공보다는 질좋은 금융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은행도 업무영역을 확대해야 하며 저축
투자 보험 레저 대출 절세 교육등 다양한 금융욕구를 종합관리할수 있는
첨단 서비스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금융권간의 경쟁이 치열해져도 은행이 선도적 위치를 지켜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금융거래를 중개하는 은행업무는 생활의 질을 높이고,
산업의 경쟁력을 감시하고, 증권과 파생금융의 거품을 없애는 금융안정의
초석이다.

은행의 경쟁력은 적은 예대마진에도 살아남는 금융서비스 능력에 있지
금리가 높아야 살고 낮으면 죽는 기업지배에 있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