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14) 제7부 영국부에 경사로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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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편액도 없고 대련도 없는 설렁한 별채로
후비마마를 모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함부로 이름을 지을 수도 없고.. 만약 우리 임의대로 이름을
지어 누각이나 정자에 편액을 붙여놓았는데, 후비께서 오셔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하시면 그 편액을 떼어내고 후비께서 좋아하시는 이름을
지어 다시 편액을 붙여야 한다 이겁니다.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 되겠습니까"
가진이 이렇게 말하자 주위 사람들이 무슨 묘안이 없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리를 하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우선 주변 경치와 특색을 따라 임시로 이름을 지어 그것을 진짜
편액에다 써서 붙이기 전에 우선 편액 비슷하게 등롱을 만들어 거기에다
적어 걸어두는 것입니다.
대련도 마찬가지로 등롱에다 써서 걸어두는 것입니다.
그러고 난 후에 후비마마가 오셔서 그 등롱에 적힌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 그 이름을 편액에다 옮겨 적으면 되겠지요"
가정의 문객중 한 사람이 이런 제안을 하였다.
가정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표시를 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임시로 이름을 어떻게 짓지?"
"오늘 우리가 모두 별채 원내로 들어가 샅샅이 구경하면서 각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이름을 석자나 넉자로 지어 서로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나은 이름을 고르면 되겠지요"
"그것 참 묘안이군요. 지금 당장 산보삼아 나가봅시다"
그리하여 가씨 가문 사람들과 문객들이 마치 소풍을 나가는 아이들과
같은 표정들을 하고 별채 원내로 들어섰다.
바로 그때 보옥이 시종들과 유모와 함께 원내에서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가진이 보옥을 발견하고는 눈짓을 하였다.
보옥이 왜 저러나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가진이 보옥을 바위 뒤로
이끌어 주의를 주었다.
"지금 곧 네 아버지가 이리로 오신단 말이야. 네가 공부를 하지 않고
이렇게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야단을 치실 게 뻔한데 얼른 몸을 숨기라구.
알았지?"
보옥이 같이 놀던 사람들과 함께 허겁지겁 몸을 피하려고 담장을
돌아가는데 바로 저쪽에서 보옥의 아버지 가정이 문객들과 담소를
나누며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어디 달리 숨을 데도 없고 하여 보옥이 가정의 일행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쪽으로 물러서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4일자).
후비마마를 모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함부로 이름을 지을 수도 없고.. 만약 우리 임의대로 이름을
지어 누각이나 정자에 편액을 붙여놓았는데, 후비께서 오셔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하시면 그 편액을 떼어내고 후비께서 좋아하시는 이름을
지어 다시 편액을 붙여야 한다 이겁니다.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 되겠습니까"
가진이 이렇게 말하자 주위 사람들이 무슨 묘안이 없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리를 하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우선 주변 경치와 특색을 따라 임시로 이름을 지어 그것을 진짜
편액에다 써서 붙이기 전에 우선 편액 비슷하게 등롱을 만들어 거기에다
적어 걸어두는 것입니다.
대련도 마찬가지로 등롱에다 써서 걸어두는 것입니다.
그러고 난 후에 후비마마가 오셔서 그 등롱에 적힌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 그 이름을 편액에다 옮겨 적으면 되겠지요"
가정의 문객중 한 사람이 이런 제안을 하였다.
가정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표시를 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임시로 이름을 어떻게 짓지?"
"오늘 우리가 모두 별채 원내로 들어가 샅샅이 구경하면서 각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이름을 석자나 넉자로 지어 서로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나은 이름을 고르면 되겠지요"
"그것 참 묘안이군요. 지금 당장 산보삼아 나가봅시다"
그리하여 가씨 가문 사람들과 문객들이 마치 소풍을 나가는 아이들과
같은 표정들을 하고 별채 원내로 들어섰다.
바로 그때 보옥이 시종들과 유모와 함께 원내에서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가진이 보옥을 발견하고는 눈짓을 하였다.
보옥이 왜 저러나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가진이 보옥을 바위 뒤로
이끌어 주의를 주었다.
"지금 곧 네 아버지가 이리로 오신단 말이야. 네가 공부를 하지 않고
이렇게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야단을 치실 게 뻔한데 얼른 몸을 숨기라구.
알았지?"
보옥이 같이 놀던 사람들과 함께 허겁지겁 몸을 피하려고 담장을
돌아가는데 바로 저쪽에서 보옥의 아버지 가정이 문객들과 담소를
나누며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어디 달리 숨을 데도 없고 하여 보옥이 가정의 일행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쪽으로 물러서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