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운동은 과거에 일해 왔던 방식과 위상을 바꾸어야 한다.

만약 우리회사가 적자에 허덕이게 될 경우 우리의 일자리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요구만 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미국 노동총동맹 6개 회원노조의 일원인
플린트유리 노동조합은 지난 91년 1월 발간한 노조신문인 플린트에서
대전환을 맞고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시각을 이같이 나타냈다.

이회사 노조는 "지금 우리에게 최선의 이익은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경쟁기업으로부터 회사의 경쟁력을 우위에 있게 하기 위해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플린트유리 노조가 천명한대로 세계각국의 노사관계는 대립에서 협력으로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

경제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경쟁력의 하락은 곧바로 생산성과
수익률의 저하와 고용불안, 실업증가로 직결되고 있는 현실은 노사모두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도산위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회사측과 고용보장을 바라는
노조의 공감대 속에 생존을 위한 협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등 선진각국의 노사관계는 역사적 배경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단체교섭을 중심으로한 노사대립구도 개념이 협력구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노사간 대등관계(파트너십)를 기초로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이 초일류
기업으로 갈수있는 첩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고객만족경영은 생산현장과 근로자의 헌신적인 참여에서
비롯된다는 인식도 한몫을 하고있다.

또 하나의 추세는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노조 스스로 기업활동 전반에
에너지를 불어 넣기위해 생산현장조직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분배위주의 단체교섭만 염두에 두고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생존전략과 노조발전전략등의 전략적인 차원과 작업현장 재구성등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있다.

이밖에 개별기업단위의 노사간 교섭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격차로 인한 기업간 지불능력차가 커지고 있는 추세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 추세에 부응해 세계 각국의 노사는 각자의 생존전략을 착실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국기업의 노사는 80년대에 밀어닥친 국제경쟁력의 급격한 감퇴라는
위기상황을 노사공동 협력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실천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90년이후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초일류로 다시 일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경제의 최고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의 노사관계는 신성불가침의
경영권과 노조의 이익분배요구라는 단순한 대립구도였다.

그러나 국내시장의 3분의1이상을 외국기업에 내주면서부터 노사관계
전반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과 협력프로그램을 대폭 도입했다.

GM.새턴의 "노사대등관계에 기초한 작업현장의 재구성"이나 고객만족경영을
위한 코닝의 "노사 동반자 프로그램구축", 종업원참여를 통한 품질개선을
목표로한 제록스의 "품질을 통한 리더십 강화"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기업들은 노사협력을 위한 사고의 혁신, 품질개선을 위한 생산체계의
개선등을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 내면서 세계시장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 WE ARE NUMBER ONE "지난해 10월24일자 타임스지는 이런 표현으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미국정부도 노사간 대립구도를 개선하기 위해 60년동안 산업경제를 통제해
왔던 와그너(WAGNER)법을 협력구도로 전환하기 위해 던롭위원회를 구성,
제도적인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경제의 중심인 독일도 지난 63년 노총이 시장경제안에서 근로자의
복지를 추구한다는 뒤셀도르프 강령을 채택한 이후 책임속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산별노조는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개척하는 다양한 연구사업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합리적 틀속의 노사운동이 기업경쟁력의 강화와 세계시장개척의
선도역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도 엔고에 따른 경쟁력의 약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조가 회사측이
펼치고 있는 생산조직 합리화와 비용절감등의 개선노력에 협력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노동교육원의 이정택박사는 "선진국의 노조조직률이 조만간 15%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결과가 나오는등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는
과정에서도 기업경쟁력 확보의 관건인 조직혁신은 협력적인 노사관계에서
나온다"고 지적하고 "권한의 하부이양과 근로자의 참여동기 부여등 민주적인
노사관계 운영이 초일류기업의 관건이라는 점을 중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원덕박사는 "우리의 경우 노사관계를 보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을 경우 2000년이후 국민소득 2만달러, 3만달러시대의 도래를
기대할수 없다"고 지적하고 "기업조직의 수평화와 의사결정권의 하부이양,
산별노조체제와 지부체제를 합리적으로 혼합하는 등의 전략이 장벽을
뛰어넘을수 있는 도구가 될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