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의 신흥 중견기업인 이랜드는 또다른 방법으로 "일상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청소"가 그 무기다.

매일 근무시작전 전임직원이 구역을 나눠 지정된 곳을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열도록 한다.

때문에 이 회사는 건물 청소원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엔 2시간의 "대청소 시간"을 정해 모든 임직원이 자기
책상은 물론 계단 화장실 등 사옥전체를 구석구석 닦게 한다.

물청소는 물론 바닥에 왁스칠을 하는 일까지 임직원들의 몫이다.

이랜드가 임직원 평균 연령이 29세에 지나지않을 정도로 "X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신세대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색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랜드의 "관습 파괴"는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사원들이 오랫동안 앉는 의자와 컴퓨터를 빼고는 모든 비품을 다
중고제품으로 쓰고 있다.

책상과 책꽂이 서류함 등은 모두 남이 쓰다 버린 중고품을 헐값에
대량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외빈 접대용 차량 1대만을 제외하고는 회사 업무용차량과
임직원들의 개인승용차까지 모두 중고차만을 쓰게끔 하고 있다.

가히 "격식 파괴"다.

이같이 철저하게 절약하고 있지만 돈을 써야 할 때는 과감하게
투자한다.

단적인 예가 인재양성 부문이다.

세계화전략의 일환으로 인재양성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직원 1인당
교육시간으로 연 800시간,1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이같이 "쓸데 쓰고 아낄 데는 아끼는" 경영시스템의 도입은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중저가 의류로 국내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면서 "비싸야 더 잘
팔린다"던 의류업계의 "믿음"을 깨는 "사고의 파괴"를 통해 일약 국내
의류분야의 강자로 떠오른 것.

"창조적 파괴"는 기업의 도약을 위한 더없는 묘약임이 이같은
"임상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