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해외직접투자 자기자금의무조달 방안"이
사전에 치밀한 준비없이 발표된데다 실제 적용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남아
시행 첫날부터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어디까지를 자기자금으로 볼 것인가에 문제가 있다.

재경원은 당초 자기자금을 자기자본과 이익잉여금 유보금 주식발행초과금등
소위 "순수한 주머니돈"으로만 국한시킨다고 밝혔다.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이나 국내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은 "자기
자금"의 범주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재경원은 9일 오후 입장을 변경, "국내차입금은 원칙적으로 자기
자금으로 볼수 없으나 현실적으로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돈의
출처를 일일이 확인할수도 없어 기업의 양심에 맡긴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외화증권발행이나 외화대출등 대출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차입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제외하고 기업이 국내 금융기관등에서 차입한 돈도 자기자금
에 포함시킬수 있게 돼버렸다.

자기자본의 1백%까지만 허용토록한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한도도 그
포함대상이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

재경원은 과거에 이미 지급보증을 한것과 여러개의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
보증을 모두 누적 합산한다는 입장이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각 기업의 총
지급보증액을 일일이 확인한다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재경원은 삼성 현대등 대기업의 경우 지급보증 여유가 아직 많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연 모든 기업에 대해 이를 검토했는지, 앞으로 건별로 지급보증액
을 계산할지는 분명치 않다.

재경원은 실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전자의 경우 자본금과
현재 지급보증액이 얼마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급보증 제한은 30대그룹 소속기업에만 적용한다고 뒤늦게 밝혀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없었음을 드러냈다.

현지법인이 투자자금이 아닌 운영자금을 대출 받을 경우의 지급보증한도도
애매하다.

재경원은 운영자금에 대해서는 지급보증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국 현지법인과 현지금융기관간 계약이 투자자금 대출인지 운영
자금대출인지를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일일이 확인할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지법인의 차입에 대해 본사가 지급보증을 설 경우 의무적으로 대야하는
자기자금을 계산하는 방식도 불분명하며 자기자금 조달분만큼을 어떤 항목
에서 상계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설명히 엇갈리고 있다.

결국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재계의 반발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가
사전에 철저한 준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입안함으로써 시행과정에서
조차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같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