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산업의 뿌리인 영등포공장시대가 마감된다.

우리나라에 맥주공장이 등장한 것은 지난 1933년. 당시 대일본맥주
(삿뽀로맥주와 아사히맥주의 전신)가 조선맥주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12월부터 공장을 가동한게 최초다.

다음해 4월에는 소화기린맥주(동양맥주의 전신)가 서울(영등포)공장을
가동하며 이른바 본격적인 영등포시대가 열리게 된다.

당시 경기도 시흥군 영등포리에 1백94만8천원을 들여 공장을 건설한 것.

적산기업이었던 조선맥주는 해방이후 경영주가 여러차례 바뀌다가 66년
현 박경복회장일가의 인수를 계기로 동양맥주와 함께 국내 맥주산업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게 됐다.

조선맥주는 영등포공장을 오는 96년말까지 강원도 홍천공장으로 이전하고
4만6천여평의 부지에 스포츠문화시설 쇼핑센터 아파트 맥주박물관 등이
들어선 대규모 복합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소화기린맥주 역시 45년 일본인경영자들이 물러나고 박두병 두산그룹
2대회장이 지배인으로 취임하며 오늘의 동양맥주시대를 열게 됐다.

동양맥주 역시 1만9천여평의 서울공장 부지에 1천5백여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최근 공시했다.

영등포공장이 60여년만에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된것은 공장시설의
낙후외에 도심내 공장을 수도권외곽으로 옮기겠다는 서울시의 도시정비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한편으로 국내 맥주업계가 본격적인 지방화시대를
맞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영등포공장외에 동양맥주는 이천공장 광주공장 구미공장을 차례로
건설했으며 98년3월 대전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조선맥주도 마산공장 전주공장에 이어 이달말 강원도 홍천공장을 착공한다.

막내격인 진로쿠어스맥주는 지난해 6월부터 충북 청원공장을 가동한
상태다.

"OB 대 크라운"이라는 맥주시장의 오랜 구도가 깨어진 지금 맥주3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