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영방송(채널 7,8번)의 TV화면을 보면 마치 미국 일본 유럽의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대우전자 삼성전자는 물론 쉘 NEC 소니 코카콜라 도요타 혼다등 세계 유명
기업들이 연일 광고를 토하듯 쏟아내고 있다.

국수집 간판이나 담배를 파는 좌판,심지어 시클론 바퀴에 까지 붙어있는
하이네켄과 노키아등 외국상품광고를 보면 호치민시가 거대한 광고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광고의 홍수는 개방물꼬를 튼지 8년된 베트남시장에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가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는 것을 실감케 한다.

"베트남시장을 하루시간대에 비유하면 이제야 아침 7시정도입니다. 다소
이른 시간이면서도 여명을 훨씬지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도약을
위한 시간과 기회가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문제점도 많지만 놓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지난 87년부터 호치민시를 오가며 베트남 한우물만 판 신상호코오롱상사
베트남지사장의 이같은 평가는 되새겨볼만하다.

지난해까지 외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요소는
취약한 내수기반으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탄력이 붙고 베트남인들이 돈의 위력을 알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고 있다.

작년 베트남 TV내수시장 규모가 연 70만대 규모로 성장한 것이 이를 입증
한다.

93년 40만대규모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내수만 1백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표상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은 2백30달러지만 호치민등 주요 도시
시민들의 평균 구매력은 연간 1천달러로 봅니다. TV수요의 경우 2000년에는
1백50만~2백만대로 한국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겁니다"

신승택삼성전자호치민지사장의 말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8.8%.

지난 91년 6%, 92년 8.3%, 93년 7.5%등 고성장을 기록하며 지난해에는
최고 성장률을 시현했다.

베트남인들이 부업을 많이 하고 있고 연간 10억달러에 달하는 LA, 시드니등
해외교포의 송금과 약 20억달러로 추산되는 "장롱머니"를 감안하면 1인당
실제 평균소득은 4백50~5백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의 재정경제원격인 국가협력투자위원회(State Committee For
Cooperation and Investment)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목표를 8%에서 11%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잘살고자하는 강한 욕구에 정부의 경제정책이 뒤따라 갈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지난해 2월 단행한 대베트남 엠바고해제 효과가 가시화되고
지난 7월 이뤄진 미.베트남간 관계정상화에 따른 기대감이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확산되면서 강대국들의 투자는 "붐"의 단계는 아니나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88년 외국인투자법이 발효된 이후 현재까지 베트남에 유입된 해외
자본은 총 48개국, 1천2백2건.

투자액수는 1백52억달러에 달한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유입된 자본은 총 2백54건, 47억2천2백25만달러.

3백43건 35억8천8백만달러의 94년 전체실적을 상회한 수치이다.

93년의 2백65건 26억8천8백만달러에 비해선 2배에 가깝다.

우리의 올해 대베트남투자 규모는 32건, 4억5천3백46만여달러로 지난해의
연간 2억8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제일합섬의 직물공장이 1억9천만달러로 올들어 단독투자로는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또 포항제철의 오피스빌딩합작이 7천7백80만달러, 삼성전자 컬러TV합작공장
3천6백50만달러, LG화학의 화학제품합작이 1천2백50만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우그룹은 자동차 전자 호텔등 모두 11건에 4억6천만달러를 투입,
단일 외국기업으로는 최대 투자기업으로 부상했다.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베트남도 화답이라도 하듯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내놓으며 외국투자기업의 투자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베트남이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기간사업은 <>도로건설 <>항만확장 <>공업
단지개발 <>통신시설완비 <>석유 가스등 자원개발등이다.

사업비만 도로분야가 약 1천억달러, 항만 3백억~5백억달러, 공단조성 5억
달러로 추정될 뿐 나머지는 추정마저 불가능하다.

베트남정부는 도로공사를 2011년까지, 공단개발을 99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나 여타 기간사업은 적어도 2020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착공된 하노이~호치민간 1번 국도 2천3백km 건설공사는 국가대동맥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베트남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중 하나.

현재 하노이~빈간 2백79km 등 계획구간의 38%가 입찰돼 현대건설 극동
쌍용 대우 삼환 금호 아남 한보 대림 두산 삼부등 국내및 프랑스 일본
영국의 건설업체들이 수주해놓고 공구별로 착공시기가 도래하는대로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하노이~하이퐁간 47km 도로건설공사 <>티바트항구개발사업
(사업비 3억5천만달러) <>붕타우항개발사업(9억달러) <>카이린항개발공사
(4억달러)등 총 21개, 24억9천4백만달러규모의 각종 차관사업이 올해말부터
오는 97년까지 발주된다.

또 사이공및 하이퐁항구 증설계획도 단위공사로는 각각 10억달러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며 석유개발사업에 이어 베트남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석유
정제 플랜트사업과 가스개발사업은 베트남의 미래를 바꿀 이정표가 될 전망
이다.

"베트남경제는 정말 다이내믹합니다. 마치 60년대말 70년대 후반까지의
한국경제의 고속성장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이같은 성장세가 앞으로 10년간
은 지속될 것입니다"

미쓰비시은행 다나베 마사오소장은 일본도 베트남시장 참여를 위해 업체간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트남시장엔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이 상당히 달아 올라 곳곳에서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상반기중에만 11.4%에 달한 급격한 물가오름세, 연일 폭등하는 토지및
주택임대료와 인건비, 열악한 인프라시설,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시장은 이제야 아침 7시이다.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꼭잡아야할 "대어"이다.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이 아시아의 "다섯번째 용"으로 승천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