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못지않게 채권의 발행시장도 사뭇 전장터를 방불케한다.

예나 지금이나 회사채발행 주간사업무를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인수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독특한 색깔과그들 나름의 전통도
이런 경쟁에서 나온 것이다.

국내 발행인수시장은 삼보증권출신과 동서증권출신들이 양대산맥을 이뤄
할거해왔다고 볼수 있다.

82년까지만 해도 삼보와 동서가 1,2위다툼을 벌이며인수시장을 개척해왔고
그런 가운데 능력있는 채권인수영업맨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삼보출신 인수영업맨으론 오세호상업투자자문부회장 명호근쌍용투자증권
사장 김남인대우증권 기업심사부장 사웅환산업증권인수공모1부장 박세락
쌍용투자증권 회계부장을 꼽을수 있다.

인수분야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던 오세호씨(당시 전무)는 삼보가
동양증권(대우증권전신)과 합병되기 전까지 인수업무의 총책을 맡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터준 이로 평가받고있다.

인수분야에 관한한 도사라는 별명을 갖고있는 명호근사장은 당시
인수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일찍이 회사채발행과 공개주선업무의 1인자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였다.

지난해 쌍용증권사장에 취임한 이후도 실무형 사장으로 통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명사장이 지난 87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는 삼미특수강을 철의
보석으로 부각시키면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몰아준 얘기는 증권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있다.

김남인대우증권 기업심사부장은 선배들의 인수 비결을 착실히 이어받아
90년대 인수시장을 휩쓴 경우이다.

대우증권이 93년에 회사채발행 인수부문 1위를 차지한 것도 김부장의
노력이 컸다는게 주위의 얘기다.

물론 사웅환산업증권인수부장은 아직도 일선에서 인수업무를 진두지휘하는
명장으로 꼽힌다.

동서증권출신 인수영업맨들도 증권사의 굵직한 획을 근 이들이 많다.

동서증권전무로 있다 82년 사장에 오른 이석호(현 울산 주리원백화점회장)
씨는 추진력이 뛰어난 인수분야의 대가로 증권인들간에 얘기되고 있다.

이정우고려증권부회장 역시 동서증권 인수부장을 지낸 인수통이다.

74년 국제그룹 양정모회장이 계열사인 동서증권의 기업공개및 대형화를
위해 이부회장을 기획조사겸 인수부장에 임명하면서 발행인수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뒤를 박효도동서증권전무 김태선동부증권상무가 김운태동부증권 인수
부장도 차례로 이으며 국내 직접금융시장의 윤활유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증권사의 중진이 된 이들 인수영업맨들은 80년대초까지만해도
채권발행에 앞서 채권을 사줄 기관을 찾아댜녀야했다.

돈이 귀했던 시절,수요에 비해 채권공급이 항상 넘쳐흘렀던 시절엔
채권을 파는 업무도 발행인수담당자들의 기본적인 업무중 하나였다.

투신 공무원연금관리기금 농어민후계자육성기금에 누가 채권을 많이
파느냐에 따라 발행인수의 승부가 판가름나곤 했다고 김남인 대우증권
부장은 당시상황을 설명한다.

당시만해도 대형증권사에 채권발행주간한도가 주어진 때여서 한도를
조금이라도 많이 확보하기위해 그룹사를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지금이야 어지간한 그룹안에 계열 증권사가 있어 인수경쟁의 맛이
퇴색했지만 그때는 공정한 게임이 가능했던 셈이다.

90년대들어 회사채발행이 급증에 따른 증권사들이 발행업무를 강화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면서 경쟁의 멋이 퇴색하고있지만 신세대 인수영업맨
들은 발행채권의 차별화등으로 또다른 경쟁시대를 준비하고있다.

채권시장상황은 변해도 기업들이 낮은 코스트로 원활하고 다양하게
자금을 조달할수있도록 해주는건 인수영업맨들의 영원한 과제이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