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은 두뇌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아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우리의 지식산업은 아직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그
영세성을 커버해줄 협업화를 위한 연구단지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회가 지식산업에 대한 정책지원을 골자로한 "지식산업육성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정키로 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소식
임에 틀림없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는 지식산업보다 제조업위주의 수출공업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물론 공업화중심의 성장전략은 우리경제를 이만큼 키워놓은 원동력이었음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안으로 구조적인 산업불균형문제를 야기하고 밖으로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도 수출공업화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경제.사회.행정등 모든 부문의 시스템을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식산업육성은 바로 이같은 수출공업화전략의 한계를 극복할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지식산업으로 개척할 요량이라면 그
첫걸음은 지식산업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각종 행정규제를 철폐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허가 신고등 시장진입과 관련된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야함은 물론이고
지식산업생산물의 거래에 관한 각종 규제도 없애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풀고 금융.세제상의 특혜를 준다해서 하루아침에
지식산업이 번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식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축적된 문화와 창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책을 펴는데도 고도의 지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지식산업의 분류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할것이다.

특별법 초안에는 지식산업의 대상업종을 컴퓨터 설비자문업등 25개업종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기준이 애매모호해
논란의 소지가 많다.

그다음 금융.세제지원등 정부가 앞장서는 직접지원방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조세감면규제법을 개정,각종 세금을 감면해주고 국가 또는 지자체가
금융지원을 해주도록 한다는 특별법초안의 내용은 새로운 시대의
산업육성책치고는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케케묵은 냄새까지 난다.

정부가 할 일은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지식산업이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도록 공정한 경쟁여건과 활동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족하다.

끝으로 이번 지식산업육성책도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정부의 지식산업연구단지 조성사업이 착수된지 6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고
있음을 볼때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한 선심성 "공약"으로 끝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별법 제정도 좋지만 그에 앞서 모두가 지식산업이야말로 우리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