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대북수해지원 문제를 놓고 견해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국제관례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고 정식으로 지원요청이 없는 상황에서의
지원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쌀지원때 보여준 북한의 태도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당혹해 했던 점을
들어 민심에 민감한 당으로서는 당연한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해지원문제는 인도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면 당정간에 마찰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략적인 측면을 배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야당이 엉거주춤하게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저의가 없다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결같이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지난번 쌀지원때처럼
이웃 일본에 기선을 잡힐세라 허겁지겁 하다가 결과적으로 동포애는 간곳
없고 남북간에 마찰만 빚은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수해를 입은 동포를 외면해서는 남북관계에 좋지 않다는 발상이 바로
정략적이 아닌가.

남북관계 개선노력은 수해로 황망해하는 이때가 아니라 평상시에 지속적
으로 추진하는 것이 떳떳하다고 본다.

더구나 북측은 정부대 정부관계를 꺼려 지원을 요청하지도 않는 이 시점에
앞질러서 지원하겠다고 나서면 그게 어디 북측의 입장을 고려한 처사라고
할수 있겠는가.

남을 돕는 것은 미덕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돕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도와야지 시혜차원에서 또는
입지를 살기기 위해서 하는 도움은 도움이라고 할수 없다.

이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이한 <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