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시에대한 집념과 정영를 불태우다가 목청과 함께 모아 시의
노래를 부르기로한 동아리.

단순히 시를 향유하려는 어설픈 자세가 아니라 목숨을 연소시키려는
정열속에 행동하는 시이고자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다.

1990년 목련꽃이 귀여눈 보조개를 드러내며 봄을 피우던 어느날.

우리는 서로의 마음들을 불어넣어 "바탕"이라는 아담한 시의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고 이제 다섯해를 넘겼다.

처음 뿌리를 내릴때는 모진 몸살을 앓기도 했다.

서로 다른 모양새의 마당에서 자란 탓으로 힘이 들었지만 내면 깊숙이
흐르고 있는 강물은 같은 길로 흐르고 있음을 알게되었기에 "바탕"이라는
동인의 텃밭은 날로 무성해갔다.

박남권회장을 위시하여 유화운 신시학회 사무국장, 김미래 동백문학회
부회장, 대만 유학중인 홍덕섭동인, 한국문인협회의 김준태 홍순이
김하리 김인숙회원, 그리고 아직도 면학의 단꿈에 젖어있는 장금녀동인이
우리들의 면면으로 한달에 한번씩 정기모임을 갖는다.

이날만은 무거운 일상에서 탈출하여 아랫목같은 마음과 마음들을
교류하며 시심 깊숙이 젖기도 한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 4시가되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듯 푸른
솔향기가 가슴속 매연을 씻어주는 남산길을 오른다.

남산도서관앞 시립 용산도서관에서 원로 신인을 모시고 문학강좌나
시낭송회를 연다.

정열을 쏟아붓는 박남권회장의 노력 또한 대단하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참석하여 시를 낭송할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데는
무척 힘이 들었다.

시를 사랑하고 아끼고 그리고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한다.

"시가 밥이 되느냐"의 질문에 "밥보다 시가 좋다"는 느슨한 사람들의
삶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역시 시와 노래와 춤이 아닐는지!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