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의 안령도량제가 끝나고 희봉의 일행도 영국부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런데 지능에게 재미를 붙인 진종이 하루라도 더 있다가 가고 싶어
보옥을 꼬드겼다.

보옥은 지능이 그날 밤이후로서는 자기를 잘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걸어도 도망가기가 일수여서 수월암을 떠나는데 별 미련이 없었으나
진종이 하루 더 있었으면 하니 의리상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보옥이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희봉에게로 와 넌지시 말했다.

"오늘 꼭 돌아가야 하나요? 하루 더 있다가 가명 안 되나요?"

"왜요? 여기가 좋아요?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매일 사람을 보내어
도련님이 잘 있는지, 추운 날씨에 옷은 잘 껴입고 지내는지 안부를
묻잖아요?"

"오랫만에 이렇게 공기 맑고 풍광이 좋고 또 만두맛이 기막힌 이런
암자에 왔는데 그냥 오늘 돌아가기가 그러네요. 언제 또 이런 델 올까
싶어요"

"하긴 나도 비슷한 마음이긴 해요?

희봉이 줄얼거리며 주변의 풍경들을 둘러보았다.

저쪽 숲속에서 한 떼의 작은 새들이 흐드득 날아올랐다.

계곡 물소리도 오늘따라 더욱 청아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좋아요. 하루 더 있다가 가도록 해요. 장례는 다끝났지만 뒤치다
꺼리할 일이 남아 있기도 하고 나도 만두 몇 그릇 더 먹고 가고 싶어요"

보옥이 희색이 만면하여 진종에게 달려가 희봉이 하루 더 있다가 가기로
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 길로 진종은 지능에게로 가서 또 수작을 걸었다.

아침부터 주방이나 다른 방에서 일을 벌일 수 없었으므로 아침 식사와
설거니들이 끝난후 진종을 지능을 데리고 계곡 근처 숲속으로 들어갔다.

"정허 스님이 부르실 텐데 빨리 가봐야 해요"

지능이 잠시 몸을 시리며 진종의 손길을 거부했으나 곧 자세가
흐트러지며 진존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진종은 오늘 하루 적어도 지능과 다섯번 정도는 방사를 벌일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지능을 녹여놓아야 밤까지 말을 잘 들을
것이었다.

그래서 더둑 진하게 애무하여 지능의 옥문이 금방 축축히 젖도록
만들었다.

"아이구, 또 소리를 지르고 싶어"

지능은 절정으로 올라갈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르고 싶으면 질러. 계곡 물소리 때문에 누가들을 수도 없을 거야"

진종이 허연 엉덩이를 이리 비쭉 저리 비쭉 열심히 방아질을 하며
숨이 넘어가는 지능에게 역시 숨이 넘어가면서 속삭였다.

그 모든 광경을 보옥이 도둑고양이처럼 수풀에 숨어 훔쳐보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