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전승국들의 주도로 창설된 유엔은 냉전시대의 종식
과 함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이제 유엔은 지난 반세기 세월과는 달리 지역분쟁은 물론 환경 에이즈
난민 인권 경제개발 등 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중심기관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유엔은 변할수 밖에 없고, 실제 대내외적으로 개혁작업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 개혁의 현장을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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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배 < 뉴욕 특파원 > ]]]

박수길 주유엔대표부대사는 "요즘 몸이 열개 였으면 좋겠다"고 토로
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아서다.

한국의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확실시 되자 각국의 유엔
대사들이 자기네 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박대사를 찾는 것이다.

이는 곧 안보리가 그만큼 힘을 쓰는 곳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안보리가 유엔개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힘이 집중된 만큼 비난이 자자하고 그에 비례해서 개혁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개혁은 지난해 총회산하에 실무그룹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사국 수의 확대및 지위문제는 물론 안보리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안보리와 총회와의 관계강화등이 개혁의 초점이다.

특히 이사국 수에서는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일본과 독일의 로비가 본격
시작됐고 이탈리아도 마음은 있으나 국제적인 지위와 경제력면에서 아직은
역부족인 상태이다.

독일은 상임이사국이 된다 해도 거부권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은 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 일본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중국이나 소련등 견제세력이 많아 쉽게 해결될것
같지는 않다는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지역강대국으로 자처하는 인도 브라질 이집트 나이지리아등도 이사국에
관심이 많다.

이사국 수를 늘려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일치를 보고 있으나
그 방법에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등 개도국들은 안보리 이사국이 유럽에 편중돼
안보리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미국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선진국들은 국제평화와 안전에
기여할수 있는 책임과 농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안보리 수가
확대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안보리의 적정이사국 수는 현재 여러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23~25개국안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늘어나는 이사국의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상임이사국만 늘리자는 주장,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같이 늘리자는
주장, 준상임이사국을 늘리자는 주장등이 그것이다.

이사국 수가 늘면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현재 15개국으로 구성돼 있는 안보리는 절차문제에서는 9개국의 찬성투표로
결정된다.

그런데 앞으로 비상임이사국 수가 크게 늘어나면 상임이사국과의 균형이
깨져 상임이사국의 권한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대다수 개도국들은 힘의 정치를 반영하는 거부권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고
일부 국가들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는 실정이다.

안보리와 총회의 관계에 있어서도 개도국들은 어떤 경우에도 총회가 최고
결정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선진국들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관한한 안보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안보리운영도 개혁의 대상에 올라있다.

안보리의 결정과 결의문이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안보리 비공식회의가 열리면 그 내용을 파악하려는 각국
의 실무자들로 회의실 밖은 항상 붐볐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이사국 대표들에게 무엇이 토의되었는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올부터는 안보리의장이 1주일에 두차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개선됐으나 총회의장과 지역그룹의장에게도 브리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보리개혁에 대해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의장국인 인도네시아
의 견해는 지금의 유엔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어서 눈여겨 볼만 하다.

"몇몇 나라가 안보리를 지배하여 강자가 자기의 의지를 약자에게 강요하는
회의가 돼서는 안된다. 안보리의 신뢰성, 도덕적 권위, 합법성은 안보리의
결의가 차별없이 공평하게 이행되는데 있다. 따라서 상임이사국의 배타적
이고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거부권제도는 유엔의 민주화목적과 양립될수
없다"

과거 유엔 50년을 정리하고 장래 유엔 50년의 운명을 결정할 안보리의
개혁은 상당기간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