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김정호.정태웅기자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특징은
"축소지향형"으로 요약할수 있다.

모든 승용차들이 중소형에 집중돼 있고 그것도 더욱 작어졌다는 점이
두드러 진다.

우선 최근 국제모터쇼의 핵심이라는 MPV(다목적자동차)를 보자.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의 미니밴이 유럽에 맞지 않지만 올초까지만도
유럽형 미니밴의 정형이라던 폴크스바겐 샤란은 이미 큰차가 돼버렸다.

대표적인 것이 마쓰다가 내놓은 컨셉트카 "CU-X". 그저 우리나라 엑센트
크기만한 마쓰다323을 언더보디로 했을 정도다.

"미니미니벤"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이번 모터쇼에 등장하게된
핵심차량이다.

프랑스 르노사도 이번 모터쇼에는 내놓지 않았지만 이 크기의 미니밴을
내년초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MPV만 작아지는게 아니다.

세단형 승용차도 축소지향형으로 방향을 잡았다.

같은 승급이라도 몇 씩 축소됐다.

대형차 부문에서는 신형차를 찾을수 없고 소형승용차에 신규모델이 집중돼
있다.

이른바 "시티카( City Car )"의 열풍이다.

유럽업체들이 이쪽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가 티포 후속모델로 "브라보","브라바"라는 소형승용차를
새롭게 손보였다.

르노도 소형승용차 라인업에 "메간느"를 추가시켰다.

소형이지만 모두 유전형의 동글동글한 모습을 띠고 있어 신모델, 이미
제네바에서 선보였던 르노 "잔티아" "자나에"업체는 새로운 개념의 시티카를
97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생각이다.

21세기 문턱을 장식할 새로운 차종들이다.

"시티카들은 외관만큼이나 기능도 MPV와 세단의 중간역할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제 더이상 정통세단은 설자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형근현대
자동차승용상품기획부장)

대형고급승용차의 대명사 베르세데스 벤츠도 마찬가지다.

과거 SL, SLK등 최고급 컨버터블카나 S클라스에 집중돼 있던 벤츠의
모터쇼 출품전략이 이번에는 E클라스로 자리옮김을 했다.

기초 벤츠의 이미지와는 달리 동그란 헤드램프의 복고풍을 내세운 벤츠
E클라스는 4층짜리 벤츠전시관을 온통 메우고 있다.

벤츠의 전략도 크기보다는 실용성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벤츠가 스위스시계업체인 스워치사와 공동으로 1 급 "수마트"를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볼보도 네덜란드 정부, 미쓰비시와 합작한 회사의 모델인 "카리스마"를
활용해 "S4"를 출품했다.

볼사사상 최소형급 승용차다.

자동차가 축소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자동차를 생활필수품으로 느끼던 시대를 지나 생활 그 자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용적이면서도 고급화한 모델로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전후세대들이 장년층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 FUN TO DRIVE "라는 말이 설명하듯 자동차에 "거주"하면서 생활을
즐긴다는 새로운 트렌스다.

여기에 큰차가 당연히 기름을 더먹는 것은 물론 주차난과 환경문제를
야기시킨다는 선진사회의 골치거리를 자동차소비자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는
성숙된 시민의식도 한가지 이유가 되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전문지인 "아우토 모토운트 스포트지"베른트 오스트만
편집장은 "이같은 추세는 소비자 의식변화와 업계의 경쟁으로 틈새시장
( Niche Market )으로까지 급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