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스위스그랜드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이창호-류시훈 특별대국 제1국
에서 이창호칠단이 205수만에 백3집반승으로 서전을 장식했다.

한국경제신문사 한국방송공사(KBS) 공동주최, 현대자동차협찬으로 열린
대국의 초반은 두기사의 기풍대로 진행됐다.

백을 든 이창호칠단이 세귀를 차지하고 류시훈육단이 중앙세력을 쌓았다.

잘 어울리던 바둑은 이창호칠단이 18분여의 장고끝에 중앙흑세력의 삭감
작전(40수)에 나서며 복잡하게 얽혔다.

류육단도 승부처라 느꼈는지 흑45에 26분여를 소비하는 등 경쟁적으로 장고
에 들어갔다.

결국 이곳의 싸움은 류육단이 우변에서 중앙에 이르는 큰 집을 지으며
일단락됐다.

검토실의 유창혁육단은 이 대목에서 이칠단이 흑진을 약간 부쉈지만 흑집도
크게 굳어져 흑의 성공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기사는 이창호칠단이 불리하긴 하지만 뭔가 다른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류육단은 형세를 낙관했는지 좌상귀에서 안일한 착수를 했다.

즉 흑77로 3.3보다 변에서 사는 길을 택해야 했다.

또 흑99로는 흑170에 둬 백120과 미리 교환했더라면 백106으로 붙이는 수가
없었다.

이칠단은 침착한 응수로 좌상귀에서 이득을 봐 바둑은 다시 팽팽하게
어울렸다.

그렇지만 끝내기는 역시 이창호의 몫.

이칠단의 끝내기 수순에 류육단은 속수무책, 2국을 기약해야 했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