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움직임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연초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천정부지로 치솟던 뉴욕증시는 강력한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반면 도쿄증시는 강한 상승세로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증시도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같은 해외증시동향은 국내증시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지루한 조정장이 강세장으로 돌아서는데 중요한 촉발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유입은 해외증시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제적인 투자자금은 각국의 증시를 대상으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분산투자(포트폴리오)하기 때문에 해외증시동향은 국내증시에도
영향을 주는 민감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증시의 국제통들은 일단 해외증시여건이 이같은 기대에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 해외증시동향 ]]

뉴욕증시는 상반기에 미국경기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과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다우존스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7월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미국경기가 다시 활황을 탈 것이라는 예상으로 채권금리가 상승,증시는
조정국면으로 빠져 들고있다.

연초 주가상승을 견인했던 첨단기술관련주가 정점에 달했다는 판단까지
확산되고 있어 하반기 뉴욕증시는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증시는 연초 고베지진과 엔고등의 악재가 겹쳐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4천엔대까지 떨어지는 침체장이 이어졌으나 최근 선진국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엔화가 약세로 반전되면서 일본기업들의 수출경쟁력회복에
따른 수익성증대에 대한 기대로 닛케이평균주가는 1만8천엔을 넘어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엔선을 유지한다면 닛케이평균주가는 연말에
2만엔을 넘어 2만5천엔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국자금의 영향력이 큰 동남아증시는 국가별로 국내정정불안과
경기과열논쟁,주가정점도달인식등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대만증시의 경우 이등휘총통의 미국방문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과 국내의 크고 작은 금융사고로 상승탄력성을 잃고 하락세를
타고 있다.

홍콩증시도 연초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자금의 유입이 정체되고
국내경기의 둔화조짐으로 뚜렷하게 조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 국제투자자금동향 ]]

국제주식투자자금의 양대주류인 선진국의 투자신탁과 각종 연기금은
뉴욕증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7월부터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다.

영국등 유럽의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20%를 전후한 해외투자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자국경제사정에 민감한 미국과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비율은 94년말 현재 각각 8.0%와 7.6%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증시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 두나라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이다.

미국투자자금은 뉴욕증시의 정점도달과 채권금리상승전망에 따라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자금은 자본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중남미나 이미 충분한
수익률을 낸 동남아증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던 한국증시나
도쿄증시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미국계증권사관계자들은 미국기관투자가들이 해외투자비율을
99년까지 15%이상으로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1천억달러이상의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밖으로
나올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일본계 자금도 사정은 마찬가지. 엔화의 약세반전과 도쿄증시의
회복세가 일본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해외증시로 돌리게 하고 있다.

일본기관투자가들이 통상 연4%의 수익률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금리는 연3%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일본계자금의 해외투자가
늘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일본의 최대기관투자세력인 생명보헙업계의 경우 일본경제가 거품으로
어려움을 겪은 90년에서 94년사이에 해외주식투자비율을 15%에서 6.6%까지
줄였다.

예전의 해외투자비율을 회복한다면 일본생명보험업계는 1천5백44억달러
어치의 해외주식을 추가로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한반도주변의 국제투자자금사정은 풍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 ]]

국내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자금이 추석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싶은 우량주들은 한도대로 매입을 완료했기 때문에
외국계자금의 국내유입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는 국내경기의 연착륙가능성,시중금리의
하향안정세에 따라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익률게임에
익숙한 외국투자자금을 강하게 유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국내증시에 들어 올 외국자금은 10억달러에서
13억달러이상이 될 것으로 증권가국제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계자금만 최근 설정키로 된 역외펀드기준으로 5억원가량의
유입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자딘플레밍서울지점의 이종환이사는 "1조원이상의 외국자금유입은
낙관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도쿄증시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이사에 따르면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엔을 넘어서면
한국증시에 들어돌 돈이 제약을 받게 되고 2만5천엔을 넘어서면
외국자금의 한국증시유입이 거의 중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계증권사관계자들은 일본기관투자가들이 이미 한국증시에서 상당한
손해를 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일본자금의 유입이 적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따라서 일본계자금은 한국증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 전에는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자금이 국내증시에 들어올 경우 종목선정기준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환금성에 촛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미국계자금은 성장성이 큰 저가대형제조주들에
일부 관심을 둘 것이지만 간판급대형우량주들의 한도가 모두 소진돼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는 일본계자금도 채권이나 거래가 많은 종목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권전문가들은 건설업체중 주택업체가 아닌 사회간접자본
(SOC)관련 건설사나 은행 보험등을 하반기 외국인선호종목으로 꼽았다.

이처럼 외국인자금이 들어오고 이에 앞서 외국인선호종목에 대한
국내기관들의 선취매가 이뤄질 경우 국내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