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노사화합분위기가 전국산업현장 곳곳에 확산되면서 일부
대형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올해 임금및 단체협상을
무분규로 끝냈다.

이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상산업부가 중소기업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등을 도입할 방침을 밝히자 노동계
에선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진념노동부장관을 만나 산업현장에 노사화합분위기를 확산시키기위한
정책방향과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노동부의 입장등 노동문제 전반에 걸쳐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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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최종천 사회부장 ]]]

-취임하신지 1백일가량 됐지요. 그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노동행정을
펼쳐온 소감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일부 대형사업장의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노사가 평소부터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노사문제도 결국 인간관계 아닙니까. 일부기업들은 정부가 노사문제를
해결해주면 편하다고 생각하고 근로자들은 사용자가 들어주기 곤란한 경영
인사권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립구도속에서는 바람직한 노사관계
를 기대할수가 없지요.

그러나 올들어 전국산업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노사화합선언을 보면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발전가능성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협력적노사관계는 노사가 서로 이길수 있는 길입니다. 이는 노사 모두에
이익을 안겨주기때문이지요"

-최근 통상산업부가 중소기업지원특별법제정을 추진하면서 정리해고,
변형근로시간제, 근로자파견제등을 도입할 방침을 밝히자 노동계가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에 꼭 필요하다면 이들 제도의 도입에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는 사용자의 경영여건 개선뿐 아니라 근로자의
복지향상도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들제도가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심도있게 검토해
봐야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근로자들이 보람을 갖고 일할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만약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생산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변형근로시간제등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근로자의 건강악화 임금감소
등을 보완할수 있는 방향에서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이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사업장의 작업형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노동관계법도 근로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범위내에서 현실여건에 맞게
손질돼야 합니다.

따라서 노동계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근로자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요.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에 실패해 문닫으면 근로자들은 어디에서 일자리를
찾겠습니까.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장관께서 말씀하신대로 올들어 노사화합의 열기가 전국산업현장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사관계안정을 이룩하지 않고는 경제발전이 어렵기때문에
노사화합 열기가 식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범정부차원에서 노사화합분위기 정착을 위한 추진기구를 만들 생각은
없습니까.

"올해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들어 노사협력을 선언한 업체가 전국적으로 무려 2천16곳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현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제부터 노사협력선언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모든 산업현장에
실질적으로 정착되도록 하기위해 노동교육원내의 노사협력센터를 중심으로
각종 노사협력기법을 개발, 보급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노사화합분위기가 더욱 확산될수 있도록 지역별로 각종 노사화합
행사를 전개하고 노사화합에 모범적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화합대상"을
수여하는등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실제로 산업현장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노사관계가 더욱 발전하려면 근로자의 의식변화와 함께 사용자의 자세가
달라져야 합니다.

회사의 비전제시등 사용자가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의 의식이
변화되기 어렵지 않습니까.

"사용자들은 근로자를 경영의 동반자로 생각해 근로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고 사내복지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근로자들도 국민경제의 책임있는 주체로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다할때 노사관계는 진정으로 바뀔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가지 많은 근로자들을 해외에 견학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 나가봐야 노사분규로 인해 국내 기업제품의 수출이 큰 차질을
빚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수 있습니다.
2~3년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장기간 노사분규가 발생했을때 이회사가
생산한 자동차의 대미수출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빨간 머리띠 두르고 노사분규를 일삼는 근로자들이 만든 제품을 외국사람
들이 선호할리가 없지요. 이는 곧 경쟁상대국들만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아직도 일부 대형사업장에선 노사분규가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들 사업장에 대한 대응방안은 없습니까.

"최근 전반적으로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가운데 일부사업장의 노사분규는
계속 반복되고 있어 하반기중 이들기업에 대한 정확한 노무관리진단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노동조합활동 경영층의 노사관 단체교섭절차 임금 복지후생체계등 전반적인
노무관리실태를 점검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선토록 행정지도를 펼칠 예정
입니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이 노동부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에 우선 공기업 가운데 4개소를 선정해 실시할까 합니다"

-정부가 노사문제를 노사자율에 맡긴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권력투입등 과잉대응으로 노사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질서와 원칙을 존중하며 전개하는 노동운동에 대해선
적극 보호하고 지원하는등 노사자율해결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통신 사태의 경우 임금등 근로조건을 둘러싼 단체교섭과정에서
일어난 노동쟁의가 아님에도 불구,마치 노사문제인것 처럼 오도된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대응은 법질서와 원칙의 정립을 통한 선진노사관계 확립
차원에서 취해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할수 있습니다"

-아무튼 올해의 협력적 노사관계가 내년에도 이어지도록 노.사.정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올들어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의 틀을 마련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사문제는 끝났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일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됩니다.

따라서 내년도 노사문제는 지금부터 대처해야 합니다.

내년이 우리나라에서 노사분규가 본격화 된지 만 10년이 되는 해로 이제는
대립과 갈등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지요.

음양의 원리처럼 노사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 서로 조화만
이루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수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노동부의 인력정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력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생각입니까.

"현재 산업현장에서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보다 일할 사람을 찾는 사람의
비율이 3배를 넘는등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노동력공급이 지금보다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인력난은 우리경제의 대외경쟁력강화에 애로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4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주부 고령자 장애인등
활용가능한 잠재인력이 2백90여만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앞으로 산업구조 변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실업등 고용변동에
대해서도 적절한 고용안정대책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따라서 노동부는 종합적인 산업인력개발체제를 구축해 산업사회가 요구
하는 양질의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고 근로자가 평생에 걸쳐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인력수급불균형을 해소할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방자치제 실시로 노동문제에 대해 지자체와 중앙정부간의 마찰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자제가 본격실시되면 이같은 현상이 자주 나타날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되면 예상될수 있는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수 있습니다.

노사문제 인력관리문제등과 관련해 대립적 요소가 있지만 협조적 요소는
더 많다고 봅니다.

지자체가 발전하려면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둬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앙부처의 지시에 따르라 말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부처에서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지자체에다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제안하고 지자체도 수용할만 하면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모색, 정착
시켜 나가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노사문제의 경우 한편으로는 지역주민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국민경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전반적인 기준의 설정등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지자체는
지역노사관계 안정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오는 11월중 민노준이 제2노총 출범식을 가질 예정으로 있습니다. 앞으로
노동부는 이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생각입니까.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의 권익을 신장시킬수 있는 활동들은 보다 확산돼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 제도권노동단체들도 어떤 형태로든 이들 세력에 활동의 장을
넓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노동세력들은 시대착오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접근방법
으로 노동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같은 정치적 노동운동은 이제 과거얘기로 흘러가야 합니다.

경영자 노동자 정부 모두가 수년간 극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사고와
인식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관계법개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개정계획이 없습니까.
"정부가 지난92년부터 "노동관계법연구위원회"를 구성, 법개정을 검토해
왔으나 복수노조허용, 노조정치활동허용, 변형근로시간제도입 등 주요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단체는 물론이고 노동계내부에서도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개정을 추진하게 될 경우 노사간의 갈등과 대립구도가
더욱 심화돼 노사관계를 크게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에따라 정부는 노동법개정문제를 서둘러 결론내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동관계법 개정문제는 노사관계가 더욱 성숙되고 주요쟁점에
대한 각계의 견해차이가 좁혀지는 지를 지켜보면서 검토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나 민노준등 재야노동단체들이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예상외로 거센 반발을 보일텐데요.

"민노준측도 이같은 사정을 잘알고 있습니다. 그간 사회개혁투쟁등
노사교섭에서 보여왔던 다소 급진적인 노동운동방식이나 무조건적인
법개정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해 나갈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리=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