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페레그린의 이형근대리살해사건과 한국은행의 지폐유출사건을 보면서
주식시장이 어떻게해서 이런 지경까지 왔나하는 자조적인 의구심을 갖게
된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투자냐 투기냐를 엄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떤 기대(이익을 남기는 일)을 위해 위험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투기와
투자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궂이 구분하자면 투기는 감당하려는 위험의 강도가 투자보다
크기 때문에 기대수익률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투자는 좀더 장기적이고 투기는 단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주식투자는 말이 투자이지 오히려 투기적인 성격이 더 크다.

특히 이대리사건에서 보듯이 작전까지 벌이면서 단기적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투기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투기는 잘만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계속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운이라는 것은 믿을 것이 못된다.

언젠가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이대리사건에서 처럼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으로 죽음에 이르거나 한은사건에서처럼 그동안
벌어뒀던 재산을 한꺼번에 날리게 된다.

투기로 번 돈은 영원하지 않다는 얘기다.

투기로 마지막까지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