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의 젊은 세대들을 "앙상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말과 글보다 그림이나 화면을 통해 의사소통하는것을 더 즐긴다.

필자와 함께 일하는 "신씨네 식구들"도 대부분 앙상세대이다.

영상세대는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할까?

영화사 신씨네가 기획 제작중인 SFX공포영화 "엘리베이터"가 그들
영상세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서기 2만2천년의 미래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심을 그리는 심리 스릴러물.

예리한 영상과 아름다운 선율로 만들어 진 이 작품은 94년 "구미호"
제작의 경험을 살려 보다 완성도 높은 SFX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살아있는 엘리베이터를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합성 매트촬영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고층건물의 미니어쳐 제작등 최첨단의 영상이 동원된다.

영화 "엘리베이터"제작진의 평균연령은 26세.홍대 미대에 재학중인 갓
스무살의 학생도 있고, 신씨네 영상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수강생들도
스텝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감독 또한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민병찬씨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8밀리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자신의 영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감각을 키워온 재주꾼.

한마디로 그의 작품들은 "감각적"이다.

포트폴리오 CF, 뮤직비디오등을 보노라면 회화적인 비쥬얼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충무로의 도제시스템에서는 평균 몇년이상 조감독생활을 거쳐 감독으로
대뷔하는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과감하다 못해 파격적으로 보여졌던
민감독의 기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러나 한국의 영상문화를 이끌어가는데는 더 많은 젊은 영상인들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영화를 이해하는 당시부터 다르나 굳이 어떤 복잡한 말로 설명할
필요없이 표현하고 싶은것은 모두 그림으로 대신한다.

영화는 그림이지 글씨가 아닌것이다.

모든것을 영상이미지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문학세대인 우리와 다르게 이들은 영상을 보고 느껴왔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힘은 영상에 대한 감각과 성실함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자기만의 색을 가지려고 하는데 있다.

어느장면 어느 테마를 말해주면 이들은 그림과 음악 음향을 동시에
떠올리면서 하나의 충체적인 영상을 구축한다.

또한 그나이에 쉽지않은 성숙함도 갖고있다.

자신에 대한 어떠한 비관도 받아 안을줄 아는 힘과 제작자간의 팀웍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런 젊은일꾼들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희망임을
나는 믿는다.

한국영화의 혁명적 계기가 되기를 꿈꾸면서.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