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논단] 증권산업개편안 잘 되었나..김병주 <서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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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백지위에 그림 그리기는 기분 좋지만 구겨진 낙서투성이 종이에
작업하기는 선듯 마음내키지 않은 일이다.
무릇 모든 제도개편이 낙서종이 위에 덧칠하는 작업이기 쉽다.
더구나 이해관계의 엇갈림이 혼란스러운 금융산업의 제도개편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개편의 큰 가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관련금융기관들이 기존사냐, 신규
진입(또는 전환) 희망사냐, 동종이냐, 이종이냐, 자본금크기(또는 증가
가능성)가 크냐, 적으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구성이 어떠하며
지배주주가 실물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냐에 따라 이해관계의 실타래는 얽히고
설킨다.
이번 개편안과 직접 관련있는 금융기관들은 증권회사 증권투자신탁회사
종합금융회사 투자자문회사들이지만 그밖에도 은행 투자금융회사 등과 같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관들도 적지 않다.
대충 잡아보면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는 금융기관들이 약
1백여개에 이른다.
이렇게 보면 이번 개편안의 영향이 미치는 폭은 짐작할수 있다.
금번 개편안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증권투자 신탁업무 취급권한을 나누어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편작업의 무게중심이 투신으로 맞추어진 데에는 몇가지 연유가
있다.
첫째 국민의 금융자산증대에 따라 80년대 중반이후 자산운용업무가 가장
유망한 금융업종으로 크게 부상하였다.
둘재 여타 금융기관들의 침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투자금융회사의 CMA, 증권회사의 BMF등도 비록 명칭
은 다르지만 사실상 투자신탁상품이며 생명보험사가 소망하는 변액보험,
투자자문회사의 숙원인 일임매매도 투자신탁의 변종이다.
셋째, 외국금융자본이 국내진출에 있어 가장 탐내는 업종이 바로 이것이며,
현재 국내금융시장 개방압력이 가장 집중되고 있다.
넷째, 그런데 우리의 투자신탁회사제도는 판매와 운용이 통합되어 있는
등 "한국적"특성이 강해서 이른바 국제적 "정합성"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소재 투신 3사의 비대한 규모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투자신탁업을 다룸에 있어 우리는 고객, 투신사, 보관기관의 3중구조가
함축하는 의미를 반추하고, 기금관리자가 고객의 이익을 해칠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데 관심을 모아야 한다.
대부분의 투신고객들은 자금및 정보수집의 능력부족 때문에 모인 계층이며,
이들은 간접적으로 자본시장의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예컨대 증권회사가 인수하거나 자기매매로 취득한 불량한 주식을
투신기금에 편입시켜 손해를 끼치더라도 고객은 이를 알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금융상품 가운데 이해상충의 발생형태가 가장 다양하고,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투자신탁상품이다.
앞으로 만일 대기업과 계열화된 투신사를 허용하는 경우, 이행상충등의
폐해는 더욱 고질화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펀안에서 도입한 투신기금의 운용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분기별 공시제, 기금관리자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법적 의무
강화, 계열관계의 증권.투신사 간의 인사.정보교류 제한등은 적절한 기본
장치이다.
아쉬움이 있는 것은 예컨대 계열증권사에 대한 매매주문비율을 20%보다
더 인하하였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개편안에서 크게 문제시되는 대목은 신설 또는 전환투신사의 소유구조이다.
개편안에서는 50%이상의 단독출자와 대주주 4인이상이 10~30% 공동출자하는
두 방안중 업계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되, 10대 계열기업군 소속의
증권사는 단독출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우리 기업문화의 발달수준에 비추어 현단계에 있어서는 대기업의 단독출자
를 불허하는 것이 타당하며, 30%의 지분참여로서도 책임경영을 설현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방소재 5개사를 포함하여 모두 8개사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 투신사
의 현재 형편을 살펴보자.
이들은 유가증권 시가총액 약2백50조원 가운데 21%에 이르는 54조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일본의 동비율은 약6%임) 거대
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내실을 들추어보면, 지방투신사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지만
서울투신사들도 합계 6조여원이상의 차입금을 안고 있고 자기자본은 잠식된
상태에 있다.
이러한 경영난의 원인은 지난88년 정부의 이른바 "12.12"조치에서 비롯
되었다.
그 후유증의 치유책으로 제공되었던 한은특융이 상환.축소되면서 대신
공급되던 재정자금마저 이제는 중단되어 이른바 "연계 콜"로 연명하고 있다.
이것은 투신사가 고객계정의 자금일부를 증권금융의 연계를 통하여 다시
회사고유계정으로 돌렸는 편법이다.
적용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낮은 10%이므로 고객의 이익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80년대에 급속한 업무신장을 보이면서 투신사들이 잘나가고 있을때 경쟁
기관들이 "주라기공원"의 별칭을 붙여주었지만 이제는 치명상을 입고 있는
병든 "공룡"일 따름이다.
개편안은 이를 감안하여 신설.전환사의 설립기간을 96년7월부터로 하고
공사채형 투신영업을 설립후 1년간 불허하는등 배려한 흔적이 있다.
그러나 개편안은 증권사를 반드시 모회사로 하도록 요구하는등 증권사의
업무영역확대와 경쟁력강화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제도개편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문제의 "결자해지"작업이 수반되어야 하고 일반투자국민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
작업하기는 선듯 마음내키지 않은 일이다.
무릇 모든 제도개편이 낙서종이 위에 덧칠하는 작업이기 쉽다.
더구나 이해관계의 엇갈림이 혼란스러운 금융산업의 제도개편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개편의 큰 가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관련금융기관들이 기존사냐, 신규
진입(또는 전환) 희망사냐, 동종이냐, 이종이냐, 자본금크기(또는 증가
가능성)가 크냐, 적으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주주구성이 어떠하며
지배주주가 실물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냐에 따라 이해관계의 실타래는 얽히고
설킨다.
이번 개편안과 직접 관련있는 금융기관들은 증권회사 증권투자신탁회사
종합금융회사 투자자문회사들이지만 그밖에도 은행 투자금융회사 등과 같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관들도 적지 않다.
대충 잡아보면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는 금융기관들이 약
1백여개에 이른다.
이렇게 보면 이번 개편안의 영향이 미치는 폭은 짐작할수 있다.
금번 개편안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증권투자 신탁업무 취급권한을 나누어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편작업의 무게중심이 투신으로 맞추어진 데에는 몇가지 연유가
있다.
첫째 국민의 금융자산증대에 따라 80년대 중반이후 자산운용업무가 가장
유망한 금융업종으로 크게 부상하였다.
둘재 여타 금융기관들의 침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투자금융회사의 CMA, 증권회사의 BMF등도 비록 명칭
은 다르지만 사실상 투자신탁상품이며 생명보험사가 소망하는 변액보험,
투자자문회사의 숙원인 일임매매도 투자신탁의 변종이다.
셋째, 외국금융자본이 국내진출에 있어 가장 탐내는 업종이 바로 이것이며,
현재 국내금융시장 개방압력이 가장 집중되고 있다.
넷째, 그런데 우리의 투자신탁회사제도는 판매와 운용이 통합되어 있는
등 "한국적"특성이 강해서 이른바 국제적 "정합성"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소재 투신 3사의 비대한 규모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투자신탁업을 다룸에 있어 우리는 고객, 투신사, 보관기관의 3중구조가
함축하는 의미를 반추하고, 기금관리자가 고객의 이익을 해칠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데 관심을 모아야 한다.
대부분의 투신고객들은 자금및 정보수집의 능력부족 때문에 모인 계층이며,
이들은 간접적으로 자본시장의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예컨대 증권회사가 인수하거나 자기매매로 취득한 불량한 주식을
투신기금에 편입시켜 손해를 끼치더라도 고객은 이를 알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금융상품 가운데 이해상충의 발생형태가 가장 다양하고,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투자신탁상품이다.
앞으로 만일 대기업과 계열화된 투신사를 허용하는 경우, 이행상충등의
폐해는 더욱 고질화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펀안에서 도입한 투신기금의 운용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분기별 공시제, 기금관리자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법적 의무
강화, 계열관계의 증권.투신사 간의 인사.정보교류 제한등은 적절한 기본
장치이다.
아쉬움이 있는 것은 예컨대 계열증권사에 대한 매매주문비율을 20%보다
더 인하하였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개편안에서 크게 문제시되는 대목은 신설 또는 전환투신사의 소유구조이다.
개편안에서는 50%이상의 단독출자와 대주주 4인이상이 10~30% 공동출자하는
두 방안중 업계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되, 10대 계열기업군 소속의
증권사는 단독출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우리 기업문화의 발달수준에 비추어 현단계에 있어서는 대기업의 단독출자
를 불허하는 것이 타당하며, 30%의 지분참여로서도 책임경영을 설현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방소재 5개사를 포함하여 모두 8개사로 구성되어 있는 기존 투신사
의 현재 형편을 살펴보자.
이들은 유가증권 시가총액 약2백50조원 가운데 21%에 이르는 54조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일본의 동비율은 약6%임) 거대
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내실을 들추어보면, 지방투신사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지만
서울투신사들도 합계 6조여원이상의 차입금을 안고 있고 자기자본은 잠식된
상태에 있다.
이러한 경영난의 원인은 지난88년 정부의 이른바 "12.12"조치에서 비롯
되었다.
그 후유증의 치유책으로 제공되었던 한은특융이 상환.축소되면서 대신
공급되던 재정자금마저 이제는 중단되어 이른바 "연계 콜"로 연명하고 있다.
이것은 투신사가 고객계정의 자금일부를 증권금융의 연계를 통하여 다시
회사고유계정으로 돌렸는 편법이다.
적용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낮은 10%이므로 고객의 이익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80년대에 급속한 업무신장을 보이면서 투신사들이 잘나가고 있을때 경쟁
기관들이 "주라기공원"의 별칭을 붙여주었지만 이제는 치명상을 입고 있는
병든 "공룡"일 따름이다.
개편안은 이를 감안하여 신설.전환사의 설립기간을 96년7월부터로 하고
공사채형 투신영업을 설립후 1년간 불허하는등 배려한 흔적이 있다.
그러나 개편안은 증권사를 반드시 모회사로 하도록 요구하는등 증권사의
업무영역확대와 경쟁력강화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제도개편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문제의 "결자해지"작업이 수반되어야 하고 일반투자국민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