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기대속에 쏘아올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방송 겸용위성
무궁화호가 발사된지 보름이 넘도록 아직 제궤도를 잡지 못하고 우주를
방황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적도상공 2만9,000km의 임시원형궤도를 돌고있는 무궁화호는 10년간 써야할
연료의 상당부분을 당초 목표로 했던 3만6,000km의 정지궤도 진입을 위한
비상수단으로 소모해야 할 상황이어서 위성의 수명단축은 물론 각종 위성
방송및 통신서비스제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본궤도진입 성공여부는 20여일 뒤에나 밝혀질 것이라고 하지만 계획대로
궤도수정에 성공할지, 또 수명은 얼마나 될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기만 해
발사 때보다 오히려 더 가슴을 졸이게 한다.

만에 하나 정상궤도진입 시도가 실패해 국내최초의 통신위성이 우주미아로
떨어져버린다면 국민적 자존심의 상처는 831억원의 보험금만으로 치유되기
에는 너무 클 것이다.

무궁화호의 본궤도진입 실패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우리의 궁금증을 더해
주는 것은 발사책임을 맡은 맥도널 더글러스(MD)사가 실패의 원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사 당시 불어닥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9개의 보조로켓중 1개가 분리되지
못해 위성체에 1,400kg의 과부하가 걸려 정상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들리는 바로는 무궁화호의 발사가 현지의 기상이변으로 연기되자 광복
50주년 행사분위기를 의식해 우리측에서 조바심을 드러냈으며 MD측도
발사장의 꽉 짜인 스케줄로 보아 잘못했다가는 발사가 무기한 연기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에서 최상의 기상상태를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과학기술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한국측의
"한건주의"와 장삿속에 눈이 어두운 MD측이 합작하여 불러온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또 분명한 실패임에도 기업이미지만을 생각해 실패의 원인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MD사의 비도덕적 처사는 물론이거니와 무궁화호 발사를 일껏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놓고는 차질이 빚어지자 어물쩍 넘어가려는 우리 당국자들
의 태도 또한 떳떳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무궁화호위성의 수명단축에 따라 오는 12월에 발사할 예비위성
무궁화2호를 주위성으로 삼고 2000년께 발사할 계획이던 3호위성을 앞당겨
발사해 보조위성으로 기능케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3호위성의 제작발주및 발사시기 결정에 앞서 우선 1호위성의 수명
단축등을 포함한 제반문제에 대한 원인과 보상책임소재의 규명및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또 제작사 선정및 계약과정등에 잘못은 없었는지 차근차근 따져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교훈을 찾는 일이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르다가는 자칫 또다른 실패를 불러오기 쉽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