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위해 싸우다 죽은 병사들은 공기와 햇빛 이외에는 아무런 혜택도
없고 휴식처도 없는데다 처자들이 안주할 집도 없이 헤매고 있다.

정권을 쥐고 있는 장군은 병사들에게 묘지와 성지를 지키기위해 싸우라고
격려하고 있으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들 병사는 한 사람도 조상의 제단을 가진 자가 없기때문이다.

고대로마의 호민관이었던 티베리우스 그라주스가 민회에 토지분배법안을
제출하면서 행한 연설내용이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땅은 지배계층의 사적인 소유였었다.

신분지배가 곧 토지지배에 결부되어 있었다.

피지배계층은 그라쿠스의 말대로 땅을 넓히고 가꾸기만 하는 도구에 불과
했던 것이다.

그것이 근대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땅의 국가소유라는 토지공개념으로
발전되었으나 지배계층만이 땅을 가질수 있다는 제약은 철폐되었다.

누구나 땅을 자유롭게 팔고 살수 있는 사적인 소유권이 확립되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서양과 비슷하게 지배계층의
토지소유가 주류를 이루어 왔었다.

허울뿐인 것이었지만 근대적 토지사유제도가 도입된 것은 일제기인 1912년
이었다.

땅이란 고대국가가 성립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족이 공동으로 소유
하는 대상이었을 뿐이다.

부품의 공동생산 공동분배체제와 인구밀도의 과소현상이 건재했던 그때에는
구태어 땅을 차지하려고 할 필요성이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토지소유의 과다가 신분의 고하를 나타내는 세상도 아니었을테니
그럴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땅을 원래 동산과는 달리 항구적이고 다른 물건에 장소를 제공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다 오늘날에는 농업사회 못지않게 산업사회의 주요한 생산요소가
되었다.

땅은 역사적인 변천이나 그 본질로 볼때 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공공성을 지닌 대상물이다.

광복이후 실질적인 토지사유가 정착된뒤 산업화에 따른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 발표된 "토지에 관한 국민의식조사"결과는 그동안의 갖가지 부동산
투기억제정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언제가는 또다시 투기붐이 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 버릴수 없게 한다.

2명중 1명꼴이 기회가 되면 투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식이 바로 잡혀지지 않는한 정부의 억제책만으로 실효를 거둘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인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