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48) 제6부 진가경도 죽고 임여해도 죽고 (10)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진은 목수들이 장목 널감을 톱질하고 옻칠을 하면서 관을 만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었다.
가진이 며느리의 알몸을 처음으로 훔쳐보던 일,며느리를 강간하려고
할때 애타게 호소하던 그 목소리,서로의 몸을 원하는 간통의 단계로
넘어가 종종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일이 끝나면 항상 괴로워하던
며느리의 초췌한 모습. 가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가슴 깊이 죄의식이 느껴지면서도 지금이라도 며느리가 다시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난다면 또 안고싶어질 자신이 분명하였다.
인간의 욕정이란. 가진은 이 순간만큼은 정욕을 몸에서 다 뽑아내어
목수들이 만드는 저 관속에 집어넣어버리고도 싶었다.
"아이구, 이 일을 어찌해"
그때 시녀 하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무슨 일이냐고 수군거렸다.
"서주가, 서주가."
서주는 진가경의 몸종으로 있는 시녀였다.
"서주가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말을 하라니까"
가진이 우왕좌왕하며 말을 더듬거리는 시녀에게 나무라듯이 대답을
재촉하였다.
"서주가 마님의 죽음을 밤새도록 슬퍼하며 울다가 그만 기둥에 머리를
찧고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시녀는 머리가 처참하게 깨진 서주의 모습이 눈에 선한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람들이 서주가 머리를 찧은 기둥이 있는 데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천향루 누각 기둥에 머리를 찧고 서주가 널부러져
있었다.
얼마나 여러번 머리를 찧었는지 이마와 정수리 부분이 뇌수가 흘러
나올 정도로 깨어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쯔쯔, 가련한지고. 자기 주인 마님이 돌아가셨다고 저리 슬퍼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지금이 시녀가 주인을 따라 무덤으로 들어가는 순장
시대도 아닌데"
가진이 사람들을 조금 물러서도록 하고나서 서주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지시하였다.
"이 일은 갸륵한 일이다. 서주의 시신을 내 친손녀의 신분으로 장례
치르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 이 시신을 며느리의 유해가 있는 회방원 등선각으로 안치하도록
하여라"
사람들이 서주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를 대강 훔친후 시신을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보옥은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일전에 꿈속에서 보았던 "금릉십이채정책" 마지막 그림이 떠올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었다.
가진이 며느리의 알몸을 처음으로 훔쳐보던 일,며느리를 강간하려고
할때 애타게 호소하던 그 목소리,서로의 몸을 원하는 간통의 단계로
넘어가 종종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일이 끝나면 항상 괴로워하던
며느리의 초췌한 모습. 가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가슴 깊이 죄의식이 느껴지면서도 지금이라도 며느리가 다시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난다면 또 안고싶어질 자신이 분명하였다.
인간의 욕정이란. 가진은 이 순간만큼은 정욕을 몸에서 다 뽑아내어
목수들이 만드는 저 관속에 집어넣어버리고도 싶었다.
"아이구, 이 일을 어찌해"
그때 시녀 하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무슨 일이냐고 수군거렸다.
"서주가, 서주가."
서주는 진가경의 몸종으로 있는 시녀였다.
"서주가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말을 하라니까"
가진이 우왕좌왕하며 말을 더듬거리는 시녀에게 나무라듯이 대답을
재촉하였다.
"서주가 마님의 죽음을 밤새도록 슬퍼하며 울다가 그만 기둥에 머리를
찧고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시녀는 머리가 처참하게 깨진 서주의 모습이 눈에 선한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람들이 서주가 머리를 찧은 기둥이 있는 데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천향루 누각 기둥에 머리를 찧고 서주가 널부러져
있었다.
얼마나 여러번 머리를 찧었는지 이마와 정수리 부분이 뇌수가 흘러
나올 정도로 깨어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쯔쯔, 가련한지고. 자기 주인 마님이 돌아가셨다고 저리 슬퍼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지금이 시녀가 주인을 따라 무덤으로 들어가는 순장
시대도 아닌데"
가진이 사람들을 조금 물러서도록 하고나서 서주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지시하였다.
"이 일은 갸륵한 일이다. 서주의 시신을 내 친손녀의 신분으로 장례
치르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 이 시신을 며느리의 유해가 있는 회방원 등선각으로 안치하도록
하여라"
사람들이 서주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를 대강 훔친후 시신을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보옥은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일전에 꿈속에서 보았던 "금릉십이채정책" 마지막 그림이 떠올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