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은 지난 6월부터 주식과 채권거래의 대금결제기간
을 줄였고 일본도 결제기간단축을 계획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매매계약이 체결된후 실제로 거래대금이 오고갈때 까지
걸리는 시일이 길면 그만큼 결제가 이루어지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가능한한 기간을 줄여 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것이 결제기간단축의 목적
이다.
결제기간단축 바람이 일게 된 계기는 올초 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산이었다.
베어링은행의 파산에서 나타났듯이 매매당사자중 어느 한쪽이 매매계약을
체결한후 대금을 지불하기 전에 파산하게 되면 거래상대측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또 금융시장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로까지 상황이 악화될수 있다.
대금결제기간을 최대한 줄여 놓으면 이런 사태를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
는 것이 금융시장당국의 생각이다.
결제기간단축은 금융기관의 경영안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결제기간단축의 선두주자는 미뉴욕증시.
뉴욕증시는 지난 6월초부터 단축된 결제일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주식과 채권(국채는 제외)의 매매계약이 체결된후 6일째
거래일에 대금이 결제됐었다.
지난달부터는 2일이 줄어든 4일결제체제로 바뀌었다.
런던증시도 지난달말부터 주식과 일반채권의 대금결제기간을 종전의 12일
에서 6일로 대폭 줄였다.
1주일이던 유러채 결제기간도 3일로 단축시켰다.
미국과 영국이 이처럼 결제기간을 줄이자 금융선진국임을 자처하고 있는
일본도 기간단축을 적극 검토중이다.
일본국채의 1차 매매중개기관인 일본상호증권은 최근 거래상대측인 시중
은행과 증권업체들에 대해 장기국채의 결제기간을 단축해 줄것을 제안했다.
일본중앙은행도 증시의 결제기간을 구미의 결제일단축 추세에 맞춰 "3일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일본은 장기국채에 대해 소위 "5.10결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매월 5일과 10일,15일,20일,25일,월말을 대금결제일로 정해놓고 이 날짜에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 결제기간을 줄이려면 사전에 여러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결제기간을 단축, 시행하려면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업계모두 기간단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빠르면
연내라도 기간단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의 결제기간단축 움직임에 대해 관련전문가들도 긍정적이다.
미,일,유럽의 민간금융기관들로 구성된 30그룹(Group of 30)은 선진국들의
결제기간단축과 관련, 최근 지지성명을 내고 "3일결제시스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30그룹은 특히 파생금융상품(디리버티브)시장이 급팽창, 세계적으로 선물
금융상품의 미결제잔고가 점점 쌓이고 있는 현실에서 결제기간단축은 금융
시장의 혼란을 막아줄 안전판이 될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제기간을 줄이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일부 반론도
있다.
결제기간을 줄이면 금융시장의 거래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있다는
것이다.
결제일이 단축되면 증권매입자들의 자금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금융시장안정이라는 대의명분을 업고
앞으로 각국의 결제기간단축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