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 앤드루스GC(스코틀랜드) = 김흥구 기자 -

<>.어느 신문에선가 이번 영국오픈에서 우승한 존 데일리(29.미국)를
일컬어 "4 am 선수"라고 표현했다.

무슨 뜻인고 하니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선수"라는 의미이다.

데일리는 영국오픈에만 출전하면 거의 꼴찌권에서 헤맸다.

커트오프는 통과하지만 성적은 바닥으로 3,4라운드에서는 늘 아침
7시께의 첫팀으로 나가야 했기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던 것.

바람과 싸워야 하는 영국오픈에서 하이볼 히터인 데일리가 적응하기는
사실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93년 던힐컵대회때 미국대표로 처음 올드코스에서 쳐
본후 올드코스에서 만큼은 "해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이유는 페어웨이의 넓이로 보아 드라이버샷을 다른 어느코스에서
보다도 많이 할수 있었기 때문.

이번 대회에서 데일리는 400야드가 넘는 2~3개홀을 제외하고는 거의
드라이버로 티샷했다.

다시말해 짧은 홀은 드라이버로 원온이나 그린 근방까지를 노리고
긴 홀은 어차피 투온이니까 아이언으로 티샷한다는 의미.

아마추어의 골프와는 정반대인데 바로 그점이 우승까지 연결된 것이
아닐까 한다.

데일리는 실제로 9번홀(파4,356야드), 12번홀(파4.316야드), 18번홀
(파4.354야드)등 300야드대의 홀에서는 4라운드중 각각 한 두번씩
원온을 시켰다.

위 3개홀에서만 데일리는 총 7개의 버디를 잡아낸 것이다.

결국 바람이 불건 어쩌건간에 장타는 장타의 값을 한다는 것일까.

물론 데일리가 전과 다르게 "인내심의 골프"를 친 것도 그의 성숙을
의미할 것이다.

데일리의 우승으로 미국은 89년 마크 캘거베키아의 연장우승이후
6년만에 영국오픈을 탈환하는 한편 금년 3개의 메이저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로드홀(17번홀)은 이번대회 역시 그 "악명"을 드높였다.

4일동안 로드홀에서의 버디는 단 13개에 그쳤고 파가 233개에 보기가
229개였다.

더블보기 이상은 무려 48개. 평균스코어는 4.62타로 두말할것 없이
핸디캡 1번홀이 됐다.

최종 기록집을 보니까 로드홀에서 보기를 범하지 않은 선수는 전
참가선수중 단 한명뿐이었다.

바로 그레그 노먼(호주)이다.

4라운드 합계 1언더파 287타(71,74,72,70)로 공동 15위를 한 노먼은
로드홀에서 4일 전부 파를 잡아낸 유일한 선수였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가 어떻게 "로드홀의 유일한 파 플레이어"가
됐느냐는 점이다.

하이라이트는 3라운드에서의 "파 잡기"이다.

3라운드에서 노먼은 "원쿠션 벽치기"로 기막힌 파를 잡아냈다.

노먼의 세컨드샷은 그린을 넘어 굴러 저 유명한 돌담밑에 붙어 버렸다.

당연히 백스윙이 불가능했다.

노먼은 돌담쪽을 향해 섰다.

그리고 돌담을 향해 볼을 쳤고 그 볼은 돌담을 원쿠션으로 맞고 튀며
깃대를 향해 날았다.

볼은 홀컵에서 약 3m거리에 멈췄다.

그 퍼트가 안들어 갔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그러나 노먼은 그 퍼트를 넣었고 그래서 "돌담치기 파"가 이뤄졌다.

노먼의 이같은 파를 비롯 이번대회에서는 특히 로드벙커샷등 "초
기술적인 샷"이 많았다는 느낌이다.

또 로카의 18번홀 "뒤땅후 버디퍼트 장면"등을 생각할때 이번대회는
필견의 비디오테이프가 아닐까 한다.

<>.연장에서 패퇴한 코스탄티노 로카(37.이탈리아)는 이탈리아 선수
최초의 메이저우승을 놓친 셈이 됐다.

메이저우승국은 미국 영국 호주 스페인 독일등 5개국뿐인데 여섯째
돌입이 물 건너 간 것.

로카는 플라스틱박스공장에서 일하다가 81년 프로가 됐다.

그는 유럽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투어 우승은 2승이었다.

그래도 로카는 연장전이라도 맛 보았지만 3라운드 단독선두였던
마이클 캠블(25.뉴질랜드)의 최종 라운드 76타는 "하루 아침에 안되는
골프"를 입증한 셈.

캠블은 5번홀에서 3퍼트를 한번 한후 그대로 무너졌다.

6번홀도 연속해서 보기였고 8번홀보기로 3오버가 되자 희망은 사라졌다.

그는 최종일에 버디1개에 보기5개를 범했는데 프로경력 2년의 그의
캐리어로 보아 그 정도만 해도 아주 잘 한셈.

공동 3위상금 6만5,666파운드는 처음 만져보는 거금이 아닌가.

캠블의 경우와 같이 골프는 역시 흐름이고 그 흐름은 퍼팅에서 비롯
된다는 느낌이다.

대회는 끝났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이제 침묵의 밤으로 들어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