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리(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19일 미국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고 진단함에 따라 단기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현저히 약화
됐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금융시장에서는 장기국채를 중심으로 채권가격이
급락, 시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급등했으며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를
비롯한 각종 주가지수가 큰폭으로 떨어져 거래가 수차례 정지되기도 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하원 은행위원회에서 행한 미국경제및 금융정책에
관한 증언에서 단기금리 향방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최근의 경제지표들을 보면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고 본다"고 발언함으로써
단기금리 추가인하를 시사할 것으로 기대했던 증권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채권시장에 즉각 악영향을 미쳐 액면가 1천달러인 30년
만기 재무부채권의 경우 20달러나 급락, 하루전에 6.76%이던 수익률이
단숨에 2개월만의 최고치인 6.86%로 급등했다.

뉴욕증시(NYSE)에서는 다우지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 거래가 한시간동안
정지됐으며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는 스탠더드&푸어스(S&P) 500
주가지수선물이 12포인트 이상 급락, 30분간 거래가 중지됐다.

다우지수는 한때 1백33포인트 급락한뒤 소폭 반등, 전일대비 57.41포인트
(1.2%) 떨어진 4,628.87로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는 7.48포인트 하락한
5백50.98을 기록했다.

장외시장의 나스다크지수는 한때 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이후 최대의
낙폭을 보였다.

FRB이사를 역임한 웨인 앵겔과 라일 그램리는 그린스펀 의장의 의회 발언을
접한뒤 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의 많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도 금리인하 여지가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19일의 주식.채권 급락이 수개월간의 급등에 따른 조정을
의미할뿐 본격적인 하락국면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작아졌다고 발언한 점을 들어 9월께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