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제5차 기술경영 국제포럼에 다녀왔다.
2년마다 유럽에서 열리는 기술경영의 토론장이다.
지난 93년에도 참석했는데 금년에논 9개분과중 한 분과의 좌장으로 참석
하여 선진국의 학자및 연구관리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참가한 국가및 인원은 주로 구미 선진국 위주의 20여개국 300여명이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만 참석했다.
금년의 주제는 "기술전략과 경영전략의 조화적 추구"였는데, 93년의 주제인
"질과 이윤추구를 위한 혁신전략"보다 한단계 넓은 시야에서 기술경영에
접근하는 방법론들이 논의됐다.
논의된 사항을 소개하면 기술예측과 전망기능의 강화, 기업의 핵심기술
역량배양, 기술경영 성공의 측정및 관리방안 등이며 목표와 비전에 불투명한
기술경영보다는 뚜렷한 목표와 효과성을 갖는 기술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이 국제 포럼의 특징은 선진 연구소의 현장관리자인 소장 부소장 연구
책임자들이 많이 참석하여 현장중심적인 토론이 많다는 것이고, 프레포럼
과 포럼이 끝난후 산업시찰의 내용이 충실하다는 것이다.
평생교육프로그램의 현황에 대한 소개와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이
프레포럼에 있었고, 산업시찰은 최근 핀란드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핀란드 노키아그룹의 중앙연구소와 방계계열기업을 방문했다.
포럼 참석후 돌아오며 본인은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들을 곰곰
생각해 보고 다음과 같은 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연구개발분야의
종사자들에게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경영층이 해야할일을 들면 첫째 경영층은 R&D(연구개발)성공에 대한
확신과 직접 참여의식을 가져야 한다.
경영층의 확신이 없는 R&D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R&D에 직접
관심을 갖고 연구원들과 같이 토론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둘째 R&D 투자에 대해 장기적인 회수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R&D투자는 단기비용도 아니고 낭비가 되어서도 안된다.
R&D투자는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전략에 필수불가결한 핵심투자인 것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연구소를 중심으로 인력자원을 양성하며 인력교류및 체험을 통한
교육으로 기술습득이 조직내에서 빠르게 전파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연구원들은 적은 꾸지람에도 크게 낙담하고 가벼운 격려에도 용기
백배하는 여리고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여 인사관리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한다.
다섯째 연구원들이 우물안 개구리식 연구를 하지 않도록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구의 시간과 낭비가 없도록 최근 기술정보의 획득을 위한
과학기술정보망의 개인화 현장화를 조속히 실현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연구원들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연구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며 건전한 사회의식이
모든 연구개발에 기초가 되어야 한다.
또 연구원들은 상호신뢰감에 입각한 투철한 사명의식을 가지며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의 입장을 고려해주는 마케팅 의식이 있어야 한다.
앞을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도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하며 변화하는 세계상황의 정보를 수집
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조직적 인적 정보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생각해 보았지만 모두 간단히 해결될 사안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10년후에 살아남는 경쟁력있는
연구소가 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본인의 머리에 맴돌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