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3백77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박승현양(19)의
아버지 박제원씨(53.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아파트 506동 1006호)와
어머니 고순영씨(46)는 딸을 다시 찾은 것이 믿어지지않는듯 첫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특히 박씨는 "어젯밤 사고현장에 도착했을때 잔해물 제거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어 포기생각도 했으나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했다"며
기뻐했다.

-딸을 다시찾은 소감은.

"꿈만같다. 살아와줘서 정말 고맙다.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수없다"

-생존소식은 언제 들었나.

"오전에 TV를 보면서도 모르고 있었다. 생존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딸 이름이 방송으로 나왔다"

-병원에서 딸에게 어떤 말을 처음 건냈나.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아픈데는 없는가하고 했다"

-승현양의 대답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만 눈물만 글썽였다"

-생존가능성을 믿었나.

"명석군과 지환양이 구조된 것을 보고 희망을 잃지않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특별한 꾼 꿈은 있는가.

"오는 아침에 8촌친척(고우영.48.양천구 목동)이 승현이를 꿈에서
봤다며 희망을 가지라고 전화를 했었다. 또 사고 며칠전에는 승현이가
엠블런스에 실려가는 꿈을 꾸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동안 어떤 심정이었나.

"사고현장과 서울교대체육관을 오가며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같이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시체라도 온전하게 발굴됐으며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승현양은 평소 어떠했나.

"낙천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최근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집안생활비를 대다시피한 효녀였다. 지난해 11월 삼풍백화점에
취직하면서는 한달에 50만원씩 적금을 넣을 정도로 알뜰했다. 또 청소
빨래등 집안일을 도맡아했다"

-퇴원하면 먼저 뭘 해줄 작정인가.

"고기를 좋아하는데 우선 맛있는 음식부터 만들어주어야겠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명석군과 지환양이 구조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도
생존자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딸을 구조해준 119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