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14일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경제개혁
조치에 대한 보완책마련에 착수해 귀추가 주목된다.

자칫하면 개혁의 후퇴로 비쳐질지도 모르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자당
이 개혁정책에 "메스"를 들이댄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개혁노선수정 목소리는 6.27지방선거 패배직후부터 민정계의원들을 중심
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거참패의 원인이 "민심이반"에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경제개혁
정책을 포함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다각적인 수습방안이 강구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정계 수장격인 김윤환정무장관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밀어
부치기식 개혁정책은 안된다"는 이들의 개혁수정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합리성과 조화를 중시하는 대표적 당내인사인 김총장은 취임일성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을 내세웠다.

개혁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무리수로
끝날수 밖에 없다는 것.

김총장은 이날도 "당정이 여러 차원에서 국민이 신뢰할만한 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개혁조치의 보완프로그램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강조
했다.

이같은 경제개혁조치의 수정방안 마련작업은 이승윤정책위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후반기를 맞아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행한 신경제정책을 "중간
평가", 각 경제주체가 그야말로 신바람나게 일할수 있는 여건을 새로
만들어 보겠다는게 이의장등이 구상하고 있는 보완책의 주된 목표다.

특히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이른바 "고통분담"정책은 과감히 개선
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개혁조치들이 한편으로는 문민정부의 "치적"으로 꼽히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산층과 기업들의 부담과 불편만 가중시킨 측면이
없지 않은만큼 조속히 보완, 급속도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이들을
끌어안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측과 사전 의견조율은 없었으며 당이 스스로 개혁정책의
문제점을 찾아 고쳐 나가겠다는게 당관계자들의 얘기다.

당관계자들은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뜻을 잘알고 계시니 앞으로 정치를
달리 시도하지 않겠느냐"며 개혁노선 수정방침에 대한 "추인"을 얻는데
자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정책운용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아닌 당이 지는데다 "위"의 눈치만 살피고 구호만 요란한 정부측에
더이상 기댔다가는 지방선거의 "재판"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수 밖에
없다는 것도 당이 발벗고 나선 한 배경이다.

민자당이 일련의 경제개혁조치중 첫 보완대상으로 꼽고 있는 것은 금융
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다.

당내에서는 금융실명제실시로 중소기업만 고충을 겪고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실명제는 은행에 갈때 주민등록증을 반드시 갖고가야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국민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5년정도 실시를
유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부동산실명제에 대한 보완책도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도 기업 중산층등이 가장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부동산거래허가
제한제도의 완화가 초점이 될것이라는게 당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민생과 직결되는 정책의 재조정도 주요 과제중 하나다.

당관계자들은 그 대표적 예로 13일 국회통상산업위를 통과한 액화석유가스
의 안전및 사업관리법개정안의 경우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이 법개정안에서 액화석유가스(LPG)용기배달대행사업을 신설하겠다
고 했으나 밥안심의과정에서 영세판매업자들의 반발을 고려,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민자당의 개혁정책 수정작업의 전도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 작업의 주도세력이 민정계 일색임을 감안할때 민주계, 특히 청와대에서
제동을 걸 경우 수정작업은 민자당의 내홍으로 이어지는 촉매가 되고 나아가
민주당처럼 제갈길로 갈라서는 구실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기 때문
이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