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28) 제5부 남색패들로 엉망이된 학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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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가서가 죽기 훨씬 전의 사건인데, 가서가 죽었으니 그의
인생을 한번 판단해보는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보옥의 시녀 습인은 보옥이 일어나기도 전에 책이며 붓 같은 문방구
들을 챙겨 책보에 싸두었다.
그리고는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아 보옥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름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보옥 도련님도 자랄 만큼 자라 집에서 하던 공부를 가씨댁에서
일 리 정도 떨어진 학숙에 가서 계속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올 텐데 그렇게 하루종일
보옥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습인으로서는 섭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어른들 몰래 보옥과 몸을 섞을 기회가 적어지는 셈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내 대장부가 공부에 정진하여 벼슬길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데 아녀자의 사사로운 정이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습인은 언제 안아볼지 잘 알 수 없는 보옥의 몸을 가만히 두 팔로
안아보았다.
그리고 언제 만져볼지 알수 없는 보옥의 옥경도 슬그머니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그 물건은 습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이미 단단히 성이 나 있었다.
"으으으" 보옥이 기척을 느끼고는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습인은 얼른 손을 거두고 책보를 만지며 시치미를 떼었다.
"이제 일어나셨어요? 빨리 옷 갈아입고 학숙갈 준비를 해야죠. 오늘
처음 입학하는 날부터 지각하면 안되니까요"
습인은 정성껏 보옥의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빗겨주고는 관을 씌워
주었다.
그런데 보옥이 보니 습인의 표정이 어두웠다.
"습인아, 왜 그리 시무룩하니? 내가 학숙에 가면 습인을 잊을까 싶어
그러니?"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에요.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습인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책보를 보옥의 어깨에 메어주었다.
보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학숙에 가시면 다른 생각 마시고 공부만 열심히 하세요.
나쁜 친구들하고는 아예 어울리지도 말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학식이 많다고 하여도 건강을 상하면 도로
아미타불이지요.
털외투는 하인을 시켜 먼저 학숙으로 보내놨어요.
학숙이 퍽 춥다고 하던데 제때 외투를 찾아입도록 하세요.
화로에 쓸 숯도 얼마간 보내놨으니 하인들로 하여금 불을 꺼지게 말고
잘 피우도록 독촉을 하세요.
워낙 게으른 놈들이라 독촉을 자꾸 하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아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
인생을 한번 판단해보는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보옥의 시녀 습인은 보옥이 일어나기도 전에 책이며 붓 같은 문방구
들을 챙겨 책보에 싸두었다.
그리고는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아 보옥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름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보옥 도련님도 자랄 만큼 자라 집에서 하던 공부를 가씨댁에서
일 리 정도 떨어진 학숙에 가서 계속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올 텐데 그렇게 하루종일
보옥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습인으로서는 섭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어른들 몰래 보옥과 몸을 섞을 기회가 적어지는 셈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내 대장부가 공부에 정진하여 벼슬길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데 아녀자의 사사로운 정이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습인은 언제 안아볼지 잘 알 수 없는 보옥의 몸을 가만히 두 팔로
안아보았다.
그리고 언제 만져볼지 알수 없는 보옥의 옥경도 슬그머니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그 물건은 습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이미 단단히 성이 나 있었다.
"으으으" 보옥이 기척을 느끼고는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습인은 얼른 손을 거두고 책보를 만지며 시치미를 떼었다.
"이제 일어나셨어요? 빨리 옷 갈아입고 학숙갈 준비를 해야죠. 오늘
처음 입학하는 날부터 지각하면 안되니까요"
습인은 정성껏 보옥의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빗겨주고는 관을 씌워
주었다.
그런데 보옥이 보니 습인의 표정이 어두웠다.
"습인아, 왜 그리 시무룩하니? 내가 학숙에 가면 습인을 잊을까 싶어
그러니?"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에요.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습인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책보를 보옥의 어깨에 메어주었다.
보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학숙에 가시면 다른 생각 마시고 공부만 열심히 하세요.
나쁜 친구들하고는 아예 어울리지도 말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학식이 많다고 하여도 건강을 상하면 도로
아미타불이지요.
털외투는 하인을 시켜 먼저 학숙으로 보내놨어요.
학숙이 퍽 춥다고 하던데 제때 외투를 찾아입도록 하세요.
화로에 쓸 숯도 얼마간 보내놨으니 하인들로 하여금 불을 꺼지게 말고
잘 피우도록 독촉을 하세요.
워낙 게으른 놈들이라 독촉을 자꾸 하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아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