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미-베트남수교와 경제협력확대
나라다.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베트남에 대한 원한이 사무쳤을 것이다.
베트남에 대한 미국민의 뿌리깊은 적대감을 반영하듯 베트남전이 끝나고
두나라간에 국교가 정상화되기까지는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점에서 미.베트남 국교정상화는 일차적으로는 베트남전의 공식청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두나라의 수교는 클린턴 미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클린턴은 지난해 2월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데 이어 금년초에는
양국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등 관계정상화의 수순을 밟아왔다.
그리고 연락사무소를 개설한지 반년도 안된 시점에서 국교재개를 결정한
것이다.
미국이 베트남과의 수교를 서두른 데에는 "국익앞에 구원이 있을 수
없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우선주의가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수교 이전부터 인구 7,200만명의 이 미개척 거대시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이들은 오는 2000년까지 베트남의 민간 투자수요는 총400억달러에
이르고 미.베트남간에 수교가 이루어질 경우 100억달러의 베트남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런데 양국간의 수교가 지연됨으로써 미국 기업들은 베트남시장이
한국 일본 대만 유럽 국가들에 선점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조바심을
해온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5억달러를 조금 넘어 국가별 투자순위에서
멀리 8위에 처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서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의 베트남투자가
이미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1.4분기에만 2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국별 투자규모에서 3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베트남 진출에 애를 태웠던 미국 기업들이 수교를 계기로 장차
베트남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 것은 불문가지이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한 나라였기 때문에 미.베트남
수교를 보는 감회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베트남전에서 우리의 우방이었던 미국이 이제는 베트남시장에서
경쟁상대로 변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이달말 동남아 국가연합(ASEAN)의 정식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미.베트남 수교는 미국의 대아세안 영향력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진출 전략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베트남 수교는 동남아 지역의 경제질서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질서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등휘 대만총통의 방미 이후 갈등이 증폭돼온 미.중 관계가 양국
수교를 계기로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경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중국과 대립해온 베트남이 미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중국 주변의 국제질서가 새로운 긴장국면으로 접어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베트남 수교이후의 변화들을 사전 점검하고 철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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