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투자금융사 임원들이 부쩍 바빠졌다.

내년 7월 종합투자금융회사(가칭) 전환을 앞두고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앙투자금융 손완식상무.10일 오전 8시반 출근하자마자 동시에
종투사 전환추진 일정표를 점검해본다.

"94년7~11월 직원연수및 스카웃,12월~95년3월조직개편과 전산망구축및
해외현지법인 설립추진,4~6월 도상연습을 통한 업무준비 완료".

일정표를 보던 손상무는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스카웃대상 경력사원의
이력서를 힐끗 쳐다보고 찡그린다.

"오고싶어하는 사람은 20여명이 되나 솔직히 뽑고싶은 A급 직원은
거의 없다"는게 손상무의 고민이다.

내년 종투사 전환이 유력시되는 서울 8개 투금사들은 현대 한국
한불종금등 선발 6개 종금사에서 똑똑한 사람을 데려오고 싶어도
오겠다는 이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반면 승진에 불안을 느끼는 외국계 은행원들의 이력서는 꽤 들어오지만
종합금융업무와의 연계성이 적다는 점이 채용기피 이유.

S투금 L상무는 "사실 종금사나 대형 리스사에서 능력있는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해도 현직급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투금사 노조들이 기존
직원과의 갈등을 이유로 반발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LG종금에선 작년 7월 종금사 전환시 가장 많은 11명이 스카웃돼
왔으나 2명이 기존 직원과의 갈등으로 옮긴 지 석 달만에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서울지역 투금사들은 공통적으로 종투사 전환에 대비,"외부인력
스카웃을 최소화하는 대신 현직원을 최대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투금사와 종금사의 기존직원수를 보더라도 대대적인 스카웃은 어렵게
돼있다.

중앙 동양 대한 제일투금등 선발 4사들의 기존 인원은 임원을 포함,
1백50명선. 또 신한 삼삼 동아 삼희투금등 4개 후발사들은 1백명
안팎이다.

이에 비해 한국종금등 선발 6개 종금사와 후발종금사중 가장 큰
LG종금의 인력은 1백20~1백40명이고 동해종금등 나머지 8개 후발종금사는
80~1백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수치상으로도 투금사 인력이 기존 종금사보다 많거나 같으니까
대대적인 스카웃이 필요없다"(삼삼투자금융 종금추진팀 전은우대리)는
투금사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신한리스등에서 파견직원을 받아 인력문제를 자체 해결할 신한은행
계열의 제일투금을 제외한 나머지 7개 투금사들은 종투사 전환에
대비,종금사나 리스사 출신의 필수요원 3-5명씩만을 뽑을 계획이다.

모두 합해야 20-30명선. 현재 동양투금이 계열사인 동양증권에서 과장
2명,차장 1명을 데려왔으며 삼희투금이 H종금에서 3년전까지 일했던
차장급 1명을 채용했을 뿐이다.

대신 업무확대에 대비,3,4년전부터 미시카고와 싱가포르 금융시장에
해외연수를보내온 투금사들은 중앙 삼희투금을 시작으로 한국종금등
기존 종금사에 현장실습(OJT)을 실시하는 등 직원들의 국내.외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또 동양투금이 지난주 전환준비팀을 종금업무부로 확대개편했으며
대한투금도 종금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켰다.

동아 삼삼 삼희투금은 조만간 국제부및 리스부를신설,종투사에 대비한
업무리허설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회사들은 비용이 3억~10억원 정도 들어갈 전산소프트웨어및
하드웨어 구축도 기존종금사의 도움을 받아 올연말 또는 내년 3월까지
끝내기로 했다.

투금업계가 추산하는 종투사 전환에 따른 총비용은 회사별로 20억~50억원
정도. 예상보다 적어 자체조달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이국사의 합작문제도 남아있는 과제다.

해외진출을 위해 일부에서 합작가능성을 적극 타진한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기관들이 한국금융시장 상륙을 포석으로 과도하게 투자.경영권
지분을 요구하고 있어 성사가능성이 적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중앙 삼희투금등이 직접 홍콩등에서 해외합작 파트너를 찾고 있지만
실익이없다는 판단아래 사실상 합작을 포기한게 단적인 사례다.

대신 해외현지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삼양종합금융을 후발종금사중 유일하게 홍콩의 동아은행과 해외합작을
성사시켰던 금융기관 합작알선회사인 독모간 그렘펠사 한국지사에도
종투사합작관련 문의가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