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은 쌀회담을 계기로 일단 활성화될수있는 물꼬는 텄지만 아직
까지는 답보상태에 머물고있다.

이때문에 경협문제를 거론할것으로 알려진 오는15일의 북경 2차쌀회담에서
남북당국자들이 어느정도나 경협을 진전시킬수있는 합의를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고있다.

남북경협은 첫거래가 이뤄진 지난88년이후 현재까지도 주로 물자반출입
이라는 단순교역형태를 통해 명맥을 유지해오고있다.

김일성사망이후에도 이같은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

남북교역을 민족내부교역으로 간주하는 지난88년7월의 "특별선언"과
그후속으로 같은해 10월 "남북물자교류에 관한 기본지침"이 제정된이후
남북간 교역규모는 지난92년까지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그이후에는 2억달러
안팎에서 정체돼있는 상황이다.

북한핵문제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된데다 북한에서 들여올수있는
상품이 다양하지않기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기업들은 북한과의 교역에 여전히 큰관심을 갖고있다.

이것은 교역규모가 지난93년에는 1억9천8백79만달러로 전년보다 6.9%
(1천4백71만달러)줄었다가 작년에는 김일성사망에도 불구,2억2천7백91만
달러로 다시 14.6%(2천9백12만달러)증가한데서 나타난다.

작년 교역규모는 중국(6억4천만달러)일본(4억8천만달러)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것으로 러시아 대북교역량(8천만달러)의 거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 전체교역규모가 정체상태를 보이고있는 가운데서도 국내기업들은
원부자재를 북한에서 가공한후 가공임을 주고 완제품을 수입하는 위탁가공
교역을 활성화시켜가고있다.

지난91년 코오롱상사가 2만2천8백만달러 상당의 위탁가공교역을 처음으로
성사시킨이후 이방식을 통한 교역량은 매년 큰폭의 증가세를 보여 작년에는
1천6백37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3년만에 7백21배나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단순한 교역만으로는 아무래도 남북경협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북경 2차 쌀회담에 대한 관심이 큰것도 이때문이다.

남북당국은 이회담에서 쌀추가제공외에 경협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합의를 본것으로 알려지고있어 회담결과에 따라서는 남북경협이 1단계인
교역수준을 넘어 2단계 투자사업으로 들어설수있는 돌파구가 마련될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다만 1차 쌀제공과정에서 "인공기게양"문제가 불거져나온데다 6.27
지방선거의 영향으로 정부의 입지가 좁아진듯한 인상을 북한에 줄 가능성도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2차 쌀회담을 통해 대규모 대북투자를 위한 사전단계로 투자보장
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청산계정설치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위해 북한
측에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가동을 제의한다는 당초 방침을 고수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같은 장치가 없이는 국내기업이 자체적으로 투자위험을 안을수밖에 없어
대규모투자를 허용하더라도 실제 시행되기가 어렵기때문이다.

정부가 지난6월말 북한에 투자비를 달러화등의 외화로 송금할수있도록 허용
하는것을 골자로한 "대북투자지침"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간데 이어 대우의
기술자방북을 승인하는등 수순을 밟아가고있는것도 남북경협을 투자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보인것으로 풀이되고있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는 열쇠는 북한측이 쥐고
있는 셈이라고 할수있다.

아직 경협문제와 관련한 북한측의 입장은 확인되지않고있지만 과거의
예로보아 낙관할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쌀을 받는것과 경협을 확대하는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올 개연성
이 많다는 것이다.

쌀제공을 앞세워 북한에 밀착하고있는 일본도 큰변수다.

국교정상화를 꿈꾸고있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남북간 경협확대가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볼수도있다.

이때문에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북한과의 경협확대를 성사시키기위해
북한에 좋은조건을 제시하면서 선수를 치고나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차쌀회담 직후 "남북관계는 경협으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북한도 그것을 바라고있다"면서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이 급선무"라고 밝혔었다.

이는 정부가 2차쌀회담 성과와 관계없이 지난92년9월 제8차 남북고위급
회담이후 거의 3년만에 재개한 당국자간 대화를 단발성에 그치지않게 유지
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를 감안할때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겠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활성화의 길을 찾게
되리란 기대가 많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