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가 않아요. 엄마가 날두고 가다니...하나님이 원망스러워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어머니 김연희씨(41.사당동)를 잃은 강가람군
(13.국교6년)은 30일오전 강남성모병원에 안치된 영정앞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있었다.

눈과 입술이 모두 부르턴 소년의 얼굴은 핏기가 가신채 연신 "엄마"를
부르고있었다.

김씨는 백화점 지하1층 수입코너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미처 사고를
피하지못하고 화를 입었다.

병원측은 김씨의 시신이 상처하나없이 깨끗한 상태인 점을 미루어 화염
으로 인한 질식을 사망원인으로 진단했다.

강군은 이미 3년전 병마로 아버지를 잃은데 이어 김씨의 사망으로 졸지에
고아신세가 돼 주위 문상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씨의 친정어머니 박미자씨는 "사고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밤새도록 백화점과 서울시내 병원을 돌아다녔다"면서 "딸이 애하나 데리고
살겠다며 먹는 것도 아끼며 살더니 콘크리트바닥아래 깔려 버틸 힘이 없어
죽은것 같다"며 오열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20여명의 영정이 마련된 강남성모병원은 희생자들
의통곡으로 가득찼다.

유가족들은 안전관리를 소홀히한 백화점측과 당국을 원망하고 성토하는
고성도 잠시,격심한 슬픔에 휩싸였다.

숨진 김씨와 마찬가지로 백화점에서 일하던 아내 백송혜씨(31)를 잃은
정영호씨(37.천호동)는 4살박이 아들을 안고 눈물을 훔쳤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겁니까.

우리 가족의 불행은 누가 책임집니까" 가족들의 오열이 높아지면서
영안실내 누군가 절규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