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디즈니의 저력은 독보적이다.

지난주 미국전역에서 개봉된 "포카혼타스"(감독 마이크 가브리엘,
에릭 골드버그)는 사흘만에 2,953만달러의 입장료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기간동안의 "알라딘"보다 53%,"미녀와 야수"보다는 210%나 높은
실적.국내에서도 지난해 160만명을 동원한 "라이온킹"의 흥행기록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카혼타스"에서는 우선 색채감각이 돋보인다.

순진무구한 인디언소녀의 표정과 환상적인 배경, 의인화된 나무의
정령, 울창한 상록수림과 수평선등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또 종래의 만화영화가 비현실적인 세계나 동화속의 주인공을 내세운데
반해 이 영화는 실존인물의 얘기를 그림으로써 사실성을 높였다.

포카혼타스(예쁜 장난꾸러기)라는 여성, 그것도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 디즈니사의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다.

내용는 17C초 신대륙에 상륙한 개척자와 원주민 추장딸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탐험선을 타고온 총독이 황금에 눈먼 속물근성의 상징이라면
포카혼타스와 숲속의 평화로운 풍경은 순수인성을 대변한다.

젊은선장 존 스미스는 이 문명과 원시의 중간지대에 서있는 인물.

이들이 갈등끝에 이해와 화합을 모색해가는 과정이 주제다.

나무와 돌, 꽃잎등에 깃든 영혼은 원주민의 지혜를 보여주면서 사랑의
환희를 고조시킨다.

"바람의 색깔"등 7편의 음악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포카혼타스의 친구인 개구장이 너구리와 앙증맞은 새, 총독의
심술을 반영하는 작고 뚱뚱한 강아지가 연출하는 웃음은 특별한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백인중심의 지배논리가 곳곳에서 노출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한계로 보인다.

(1일 서울 녹색 씨네마천국 롯데월드 애경 계몽아트홀 옴니시네마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