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하반기 자금조달이 수월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당초계획보다
앞당겨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대기업들은 해외자금차입을 늘리고 그동안 거래가 뜸했던 지방
금융기관등 가능한 자금조달원을 풀가동하고 있다.

현대 삼성 LG 대우그룹등은 "6.27"지자체선거이후 정부의 통화환수등으로
하반기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금융기관자금차입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S그룹의 경우에는 최근 서울 소재 C투자금융회사의 그룹여신한도(1천8백85
억원)를 모두 채워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추가자금확보를 위해 지방투금사에까지 수백억원의 단기자금
을 요청해놓고 있다.

LG산전은 최근 3개월짜리를 기준으로 연14.9~15.0%선까지 오른 투금사 CP
(기업어음)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자금마련에 나서고 있다.

LG산전은 "산업은행설비자금이 종전에는 소요자금의 80%이상까지 공급
됐으나 최근에는 부쩍 줄어들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도 상반기중에는 해외차입에 소극적이었으나 회사채발행등이
금융당국의 물량제한등으로 여의치 않자 해외자금차입을 늘릴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이에따라 하반기 운전자금 4백억원을 일찌감치 확보키 위해
CB(전환사채)DR(해외주식예탁증서)등 해외채권을 발행키로했다.

대우자동차는 신탁계정한도축소등으로 은행대출이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
하고 투금사등 제2금융권의 대출창구를 찾고 있다.

(주)대우도 오는 8~9월부터 자금시장이 경색될 것으로 보고 해외자금차입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이건희회장이 상반기말 사장단회의에서 "하반기
자금조달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한이후 새로운 자금조달전략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상무는 "정부가 경기과열을 차단하고 내년도 총선 차기 대선
등에 앞서 진정책을 펼 경우 하반기 자금사정이 만만치 않게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L그룹의 한 자금담당임원은 "정부가 선거이후에 통화를 환수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1백% 믿는 기업은 없으며 자금예측은 점점 불확실
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도 이날 "3.4분기 기업경기전망" 발표를 통해 "자제선거후 3.4
분기에는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우려한 당국의 통화환수에 대비한 기업들의
자금가수요 설비투자확대에 따른 자금수요가 많아져 시중금리가 다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