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TK정서로 불리는 "반민자 비민주" 분위기가 대구시장 선거전을
압도하고 있다.

선거초반 지지도면에서 타후보들을 더블스코어 차로 제치고 앞서가고
있던 무소속 문희갑후보의 강세가 막판까지도 지속.

민자당의 조해녕 자민련의 이의익 무소속의 이해봉 안유호후보등 나머지
네 후보가 문후보에 대해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으나 문후보는 단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채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문후보의 강세는 부산.경남지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DJ역풍"이 이곳엔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덕도 보고 있다.

민주당에서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한데다 뿌리깊은 반민자 정서 때문이다.

문후보측은 현재의금 페이스대로라면 곧바로 당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선거전 초반부터 대구지역 경제활성화를 핵심이슈로 부각시켜 "경제통"인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운 것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후보 앞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있다.

"위장무소속" 시비와 "30억달러 외자도입공약"이 투표일 당일까지도 그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진영에서는 문후보가 당선되면 민자당에 다시 들어갈 것이라며
편의상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에 문후보는 신문광고와 유세를 통해 "국정능력을 상실한 민자당에 결코
입당하지 않으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것"이라고
잇달아 천명, "진화"에 나서고 있다.

문후보의 이같은 해명에 다른 후보측, 특히 민자당 조후보진영은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민자당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이 선거가 임박하자 탈당해
"나는 무소속"이라며 TK정서를 외치고 있는 것은 "양지"만 좇는 기회주의자
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3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대구경제를 살리겠다는 문후보의 약속을 놓고도
여타 후보들의 공세가 거세다.

지금도 1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대구에 구체적 재원조달방안이나 여건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 2조4천억원의 빚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시민부담만 가중
시킬 것이라고 협공하고 있다.

또한 외자도입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건만 좋으면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라며 문후보를 실물경제와는 동떨어진 "경제브리핑 전문가"로
격하하고 있다.

문후보는 외자도입시비에 대해서는 정공법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 문제가 계속 쟁점화되면 오히려 자신의 경제통이미지를 확산시키는데
도움이 될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후보는 "개방시대에 우리 돈은 되고 외국돈은 안된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으며 장기저리의 외자를 도입하면 상환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중앙정부만 쳐다보다 대구경제가 이 모양이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후보는 위장무소속시비와 공약관련 공방보다는 일부 후보간 단일화등
선거막판에 터져 나올지도 모르는 돌출변수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민자당 조후보측은 정책수행능력과 추진력을 계속 부각시키고 "조직"이
뒷받침될 경우 해볼만한 싸움이 될것이라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조후보는 특히 바로 전직 시장시절 금년 예산으로 5천8백억원을 따낸 점을
강조하면서 내년부터 매년 8천억원씩 3년간 문후보가 말한 30억달러에 해당
되는 2조4천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아낼 자신이 있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조후보는 자신과 자민련 이후보, 무소속 이후보등 전직시장 세사람과
문후보간 4파전 구도로 굳어지면 표분산으로 어부지리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두 이후보의 막판 추격전에 적잖이 기대를 걸고 있다.

자민련 이후보는 박준규전국회의장 박철언전의원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구에 "이익"이 되는 이의익을 뽑아야 한다"는 재미있는 캐치프레이즈로
막판 세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시장재임시절 삼성상용차공장을 대구로 유치하고 중국과 섬유 직교역
의 교부보를 마련한 추진력을 내세우는 한편 경부고속철도 지상화를 반대
하다 "괘씸죄"로 단명한 점을 들어 자신이 순수 무소속 시민후보임을 적극
부각, 막판 대역전을 이끌어낸다는 생각이다.

무소속 이해봉후보는 서민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으나 기대만큼
호응이 따라 주지 않아 고심하고 있고 안유호후보는 이름알리기에 급급,
"출전"에 의미를 둬야할 형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