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채권이 무더기로 위조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수표어음위조 사건은 있었으나 채권이 다량으로 위조돼 유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채권유통관리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증권거래소는 23일 오전 5백만원권 1종국민주택채권 1백2매(6억9천5백만원
어치)가 칼러복사기로 위조돼 유통된 사실을 주택은행으로부터 통보받고
오전한때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그러나 이날 오후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안산경찰서가 위조된
채권 모두가 회수됐다고 신속히 통보해옴에 따라 거래를 다시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발생하루만에 신속히 마무리 되었지만 이 사건으로 채권의 발행과
유통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관련 재정경제원의 한 당국자는 "컬러복사기의 이용확산에 따라 유사한
사건에 재발이 우려된다"고 지적, 이에대한 대책마련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는 증권예탁원을 통한 무증권유통을 활성화하고 채권인쇄과정
에서 복사가 용이하지 않은 은서등을 정밀하게 삽입하는 기술개발등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통된 1종국민주택채권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예정등으로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일어 최근 품귀현상을 빚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안산경찰서는 채권위조단중 임선택(59,서울시
중랑구 면목3동 458의48) 곽명철씨(46,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2동 829의
37)등 4명을 위조증권 위조등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달아난 이병수씨(50)를 위조혐의로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등 위조단은 지난 5월20일 인천시 남구 숭의동소재
중원실업에서 중고 캐논 칼라복사기 1대를 구입한뒤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옥산빌딩내 명신교역사무실에서 미리 구입한 한국주택은행 발행의 5백만원권
제1종 국민주택채권의 금액 발행일 상환일 매출일 채권번호등을 종이에
오려붙여 칼라복사하는 수법으로 1백2매를 위조했다.

이들은 서울시 중랑구 면목3동 458의48소재 임씨집에서 미리 준비한 가짜
은행지점장 나무인장등으로 복사한 채권 1백2매를 날인해 진품으로 위조한후
건설업체등에 할인하는 수법으로 유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 안산=김희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