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7 지방선거의 승패를 사실상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시장선거는 중반전에 접어든 19일 현재 당초 예상대로 민자 정원식,
민주 조순,무소속 박찬종후보간의 3파전이 계속되고 있다.

무소속의 고순복 김명호 김옥선 박홍래 정기용 황산성후보는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득표율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그동안 민자당의 정원식,민주당의 조순,무소속의 박찬종후보등 소위
"빅3"은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타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부동표
흡수에 안간힘을 쏟아왔다.

이같은 선거전략은 그러나 지난 11일 후보등록을 할 당시의 세후보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까지 여전히 박후보가 다소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조후보와
정후보가 각각 2,3위를 유지하면서 박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박후보측 관계자들은 이날 "각종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 박후보에
대한 지지는 35% 안팎을 유지하고있다"고 자신했다.

정후보와 조후보측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정.조후보측은 다만 박후보의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큰 폭의 하향곡선을
보이고있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세라면 박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다소 높다고 보는 관측통
들이 많다.

하지만 유권자중 부동층이 여전히 30%선이라게 대체적인 분석이고 보면
아직 어느 누구도 당선권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또 선거까지는 아직 일주일이 남아있고 판도를 뒤바꿀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자.민주당은 서울시장선거 승패의 의미가 큰데다가 그 결과가 향후의
정국전개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남은 일주일동안 서울공략을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반 판세를 결정지을 가장 큰 요인은 DJ의 정치활동 재개공방.정치권
일각에서는 대북쌀제공을 비롯한 남북관계개선조짐도 변수이긴 하나
선거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다수의견이다.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이 지난주 본격적으로 유세에 참여하면서
서울시장선거전은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유세전에서는 "등권주의,패권주의,양김시대 종식,망국적 지역감정"등의
용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정가에서는 김이사장의 등장에 따라 선거전이 민자.민주간 양당
대결구도로 바뀔지여부가 서울시장선거 판세변화의 열쇠라고 보고있다.

"빅3후보" 진영은 이제 김이사장의 정치재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할 시점에 다달았다.

현재로서는 "빅3" 모두 김이사장의 등장이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전인수식 분석을 하고있다.

정후보측은 "김이사장의 유세참여는 그간 민자당에 등을 돌려 무소속
박후보측으로 기울었던 비호남표가 민자당으로 결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낙관은 선거판이 "호남대 비호남"구도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민자당측이 연일 김이사장을 비난하고 있는 의도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봐야한다.

민자당은 또 양당대결구도로 판도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박후보는
관심대상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때문에 박후보에게 흠집을 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자당이 박후보측을 공격하지 않는 이면에는 민주당이 민선서울시장자리를
차지하게 하느니 무소속후보가 당선되는게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또다른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도 없지않다.

조후보측은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반응이다.

조후보측 관계자는 "김이사장이 정당연설원으로 등록,유세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이후 조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2위를
달리고있는 조후보가 박후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장담했다.

그는 특히 "조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다면 이는 박후보에게서 빼앗아오는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조후보측은 자민련의 측면 지원,특히 김동길의원의 박후보 공략에도
큰 기대를 걸고있다.

조후보측은 김이사장이 서울시유세에 본격적으로 나세게되는 오는23일부터
호남표가 결집,"25%이상의 호남표를 기본 바탕으로 플러스 알파"를 노리고
있다.

민자.민주 양당으로부터 협공을 받고있는 박후보의 주장은 그러나
사뭇 다르다.

김이사장의 출현으로 인해 양김에 반발하는 표가 박후보측으로 더
몰려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후보측 관계자들은 "박후보의 주 지지층은 유권자의 절반이나 되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이라며 "이들의 박후보 지지열기는 김이사장의
등장으로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각 정당의 조직이 얼마나 움직여줄지도 이번 서울시장선거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서울지구당위원장들로부터 다소 미진한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정후보에 대한 민자당의 조직지원 강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정후보측은 "김영삼대통령이 지난주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적극 나설 것을 독려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김이사장이 수도권공략에 몸소 나섬에 따라 지구당위원장들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고있다.

박후보측은 시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고 TV등의 언론매채를
통한 홍보에 적극 나서 조직부재의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빅3" 모두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자신하고있다.

서울시장석을 향한 이들의 레이스는 이번주말쯤엔 승패가 사실상 결정
되겠지만 그 결과는 그러나 개표가 진행돼 봐야 알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