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에서 분실된 지폐는 "돈"으로써의 효력을 갖는 돈일까.

겉으로 보면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진짜 돈과 똑같다.

그러나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태어나지 못했다는 게 진짜 돈과 다른
점이다.

화폐관리를 맡고있는 한국은행도 아직 이 화폐가 "사용가능한 것인지
아닌지"의 유효성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 만들어진 화폐가 한은을 통하지 않고 조폐공사에서 불법유출된 전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돈을 단지 "불법 유출된 1천원권"이라고만 부르고 있다.

한은은 발권부와 법규과직원들이 총동원해 14일오후부터 이날까지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변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하는등 유권해석을 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최종결론은 사법부의 판결이 날때까지 유보키로 했다.

문학모한은이사는 "선례가 전혀없는 상황이어서 유권해석이 어렵다"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상 한은도 사법부의 판정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법에서 유가증권은 "발행절차의 적법성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명기돼 있고 한은법에도 "한은창구를 거쳐 나간 것만이 화폐"라고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이번 불법유출 화폐는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현재 법조계에서는 찬반양론이 모두 있는 만큼 사법부의 최종 판정을
지켜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돈이 <>불법유출된 것을 알고 사용하거나 <>화폐수집상들이
이 화폐를 사고파는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사법부의 판결이 나야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그러나 이 불법 유출된 화폐를 "선의로" 가지고 있는 것 자체로는
범죄가 구성되지 않으며 갖고 있다고 반드시 신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위조지폐도 신고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를 준용해 잠정 결론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