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청주대 경영학과교수>

경제와 관련한 뉴스를 보면 현재 우리사회는 상당히 과도기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나 노동에 대한 시각은 기존의 사고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한국통신같이 국가의 기간산업이 왜 오늘날과 같은 큰 시련을 겪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때가 아닌가한다.

이같은 고통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몇가지 생각을 밝히고자한다.

먼저 한국통신같은 반관반민 기업이 현재와 같이 노사간의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은 첫째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누려왔던 한국통신의
내외적인 환경이 90년대 들어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국내시장이 타경쟁사의 등장은
물론이고 외국의 통신회사들도 국내시장의 진입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다보니 과거의 기계적인 조직이나 사고로는 도저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둘째 조직내의 의사소통이 과거 권위주의적이거나 정부 의존적인
체질에서 과연 얼마나 종업원들의 욕구나 고객의 기호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최고경영진에게 전달되고 최고경영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의사결정과정에 얼마나 활용해 왔는가에 회의적이다.

많은 공기업들의 조직탄력성은 최근 사기업들의 체질개선에 비추어보면
쉽게 비교될수 있다.

셋째 대체로 정부 의존적인 한국통신이 소위 낙하산식 인사나 고졸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6급합격자에 많은 대졸자가 포함되었던
지금까지의 관행이 조직구성원의 동기부여에 과연 어떻게 작용하였겠는가.

단순하게 생각하여 고졸수준의 임금을 주고 대졸출신을 활용하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상당히 이익이 될것이라는 생각만큼,본인에게는 오히려
불만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넷째 정부나 한국통신의 최고경영층이 노사간의 갈등을 물리적인 힘이나
강압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조직구성원들은 매우 저돌적인 저항을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나 우리의 과거 노사갈등에서 알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발단을 고려한다면 해결방안으로 제시될수 있는 것으로
먼저 한국통신경영진들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한국통신이 안고
있는 환경은 매우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이에 맞는 조직의
개편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상의하달에 의한 조직구조가 일선관리자의 의견을
중시할수 있게 권한과 책임의 위양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한다.

이와 아울러 일선관리자들의 제언이 경영진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될수 있는 조직내의 정보흐름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하다.

또 지금까지의 공기업적인 기업문화를 탄력있는 사기업의 기업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익에 따른 이익의 적절한 배분이나 종업원지주제및
종업원의 의사결정 참여등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노사간의 충돌이 야기될수 있는 소지를 평소에
관리하기 위한 전문적인 조언자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가서 땜질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긍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절실히 느끼게 된다.

끝으로 지금의 노사간 대립을 정부나 종교단체,또는 사회단체가 여론을
주도하여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는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매년 이러한 아픔과 불안을 야기시키는 근본적인 뿌리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역시 전문적인 조언을 할수 있는 집단에 근본적인 치유책을 맡기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