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가 공인회계사의 부실회계감사를 믿고 주식투자를 해 손해를 입
었다면 회계사는 투자자들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
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분식결산한 회계사들에게 감사책임을
엄격히 물은 것으로 하급법원에 계류중인 신정제지, 영원통신사건등 유사소
송에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정귀호대법관)은 6일 상장회사인(주)흥양의 부실회계
감사를 보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입은 김정배씨(서울 강남구 도곡동)등 4
명이 경원합동회계사무소 박연순대표와 한성연회계사등 2명을 상대로 낸 손
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판결한 원심을 확
정했다.

이에따라 원고 김씨등은 지난 93년 8월 1심판결이후 피고 한씨등이 일부 지
급한 2천5백만원을 제외한 4천6백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허위기재된 감사보고서의 영향을 받은 가격
으로 주식을 산 점과 흥양의 주식1주당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과대평가된
점등을 감안할 때 부실감사를 한 피고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손해배상범위는 주식취득가격에서 변론종결때의 시장가격을
뺀 차액으로 하거나 변론종결전에 주식을 처분한 경우엔 취득가와 처분가와
의 차액으로 할 수 있다"고 한 원심에도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원고 김씨등은 지난 91년말 흥양의 90년도 회계결산이 실제로는 적자 87억3
천여만원, 부채 5백39억원인데도 피고들이 흑자 5억4천만원, 부채 4백11억원
으로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해 투자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냈다.

<고기완.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