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은 특정디자이너에게 쉽게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동양인은
정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요. 하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면 외국인
이라는 이유로 배척하지는 않아요. 제 브랜드의 고정고객은 건축가
인테리어디자이너등 안목 높은 사람들입니다"

최근 미국뉴욕 아시아아메리카연맹 선정 우수아시아계디자이너 8인에
뽑힌 디자이너 트로아조(54)씨는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는 것만이
국제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63년 서울에서 의상살롱을 시작한 그가 뉴욕매디슨가에 진출한 것은
80년.

작품성을 인정받는데 걸린 세월이 10여년.93년 1월 고급브랜드의 지표랄
수 있는 뉴욕콜렉션에 정회원으로 가입,정기발표회에 참가함으로써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마케팅에 신경을 쓰려 합니다. 독일의 "에스카다"를 미국에서
성공시킨 스티븐 래빈스키씨를 현지법인사장으로 영입했고,연말부터는
미국서부에 30개의 백화점을 가진 "제이콥슨"에 상품을 공급하기로 했어요.
"하퍼스바자"에 광고도 할 예정이죠"

그러나 마케팅에 중점을 둔다고 해서 기성복형태의 대량판매방식을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패션업에서는 옷이 안팔려도 안되지만,대량판매로 브랜드이미지가
떨어져도 안됩니다. 현재 우리 브랜드를 찾는 애틀란타지역 바이어
2명에게 각기 다른 디자인을 줍니다"

고객이 비싼옷을 살 때는 "같은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것"
이라고 믿는만큼 그 믿음을 깨면 고급브랜드로서의 생명은 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패션과 패션쇼가 연극적 요소에 치우치거나 디자이너의
개성을 지나치게 고집해도 곤란하다고 말한다.

"옷은 어디까지나 입은사람이 편하고 돋보일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디자이너를 드러내려 욕심내면 안되지요. 자신의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는 현재 부산 대구 서울에 10개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2일에는 국제섬유신문이 주관하는 제2회 삼우당섬유진흥대상의 고유브랜드
수출부문대상을 받았고 28일에는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95년추동패션쇼를
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