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등단이래 "수도곶 이야기" "그리운 잠" 등을 내놓으며 독특한
시세계를 펼쳐온 저자의 세번째 시집.

그의 시는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의 행로를 따라 끊임없이 유랑한다.

상수리숲과 밤의 강변을 가로질러 써래봉에 오르다가 때깔밭에서 뱀을
만나고 때로는 도시로 나가 허기진 욕망을 채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움직이는 대상에 비친 새로운 느낌들을 껴안고 화염길을 지나
피안의 세계로 들어간다.

"얼핏, 한세상 이렇게도 살다 스러지는데 무엇이 그리워"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이유는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려는 해탈의 의지로
풀이된다.

고여있는 것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보여주듯 그의 시는 순례자의 고행과 닮았다.

"물방울은 홀로일때 아름답다"에서 그는 "스스로는 배경이 되지 않는,
저렇게 힘없는 것이 세상을 키우고 있다"고 고백한다.

(박찬저 민음사간 3천5백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7일자).